구질구질하게 굴지 마 공아.
이번 주 다녀온 밴쿠버 Surrey에 위치 한 Northview canal course. Northview에는 ridge와 canal 두 개의 코스가 있는데, canal course는 블루티 총 전장이 6646야드로 코스가 꽤 긴 편이고 벙커가 많은 코스라 플레이가 까다롭다.
이번 주에는 다행히 게임이 잘 풀렸는데 그중 80% 이상은 구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구질을 완벽하게 구사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고, 구질을 적극 활용하려고 노력했고, 실패한 샷도 있었지만 미스샷이 나오더라도 최대한 안전한 미스샷이 나오도록 구질 선택을 했다. 언제부턴가 구질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서부터 샷에 대한 강박과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똑바로만 칠 실력도 안되는데 왜 거기에 목숨 걸고 스트레스를 받는가? 그냥 좀 휘게 치자.
공을 똑바로만 치기는 불가능하다. 프로들도 똑바로 만 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본인의 구질을 잘 활용해서 치는 경우가 더 많다. 공을 똑바로 치는 게 잘 치는 거라는 생각은 정말 무서운 블랙홀이다. 이 블랙홀에서 빠져 나와서 공이 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걸 내 플레이의 일부로 만드는 순간 신세계가 열리고 골프가 더 재미있어진다.
샷의 구질은 스트레이트, 드로우, 페이드, 훅, 슬라이스로 나뉜다. 각 구질을 높이 별로 로우, 미드, 하이, 이렇게 3가지로 다시 나누기도 하지만 좌우 변화만 봤을 땐 위 5가지로 생각하면 된다. 아래는 각 구질의 모양이다.
훅과 슬라이스는 아주 특이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치지 않기 때문에 드로우와 페이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치지 않는다고 했지만 ‘치면 안된다’가 더 정확하다. 치면 안된다는 걸 알지만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많이들 구사하곤 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는 말 그대로 그냥 똑바로 치는 샷이기 때문에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계속 똑바로 만 칠 수 있는 분들은 그냥 계속 그렇게 치시면 된다. :) 나같이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라, 드로우와 페이드 구질을 몸에 잘 익히고 코스에서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면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림에서 보이듯이, 드로우는 약간 오른쪽으로 시작해서 왼쪽으로 돌아오는 샷, 페이드는 반대로 약간 왼쪽으로 시작해서 오른쪽으로 돌아오는 샷이다.
자, 그럼 드로우와 페이드를 어떻게 치는 걸까? 원리는 간단하다. 탁구를 쳐봤거나 야구공으로 변화구를 던져 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공을 위에서 봤을 때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 오른쪽으로 휘고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 왼쪽으로 휘게 되어있다. 이렇게 공이 휘는 원리는 magnus효과라고 하는데, 물체와 유체 사이에 상대 속도가 어쩌고 저쩌고 했을 때 힘이 작용하여 경로가 바뀌는 현상이라고 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공에 회전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탁구를 생각해 보자. 탁구공이 날아와서 내 앞에 있을 때 탁구채의 한 면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공을 치면 탁구채 표면 고무의 마찰력 때문에 공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반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공을 치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마찬가지 원리로, 골프채 헤드 페이스로 공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빗겨치면 페이드나 슬라이스가 나고 반대로 치면 드로우나 훅이 난다. 주의: 컨트롤이 미숙한 상태에서 시도하면 슬라이스나 훅이 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나는 대략 서너 가지의 다른 방식의 구질 컨트롤 방법을 연습하고 시도해 봤다. 손목을 활용해 보기도 하고, 하체/상체 타이밍을 조작해 보기도 하고, 공의 위치를 바꿔보기도 하고, 스탠스를 바꿔보기도 했는데, 다 그 나름대로의 실패 요인들이 많이 있었고 오늘은 가장 성공적이었던 스윙 궤도로 컨트롤하는 방법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오늘도 스케치를 해보았다. (그림은 언제 늘까? ㅠ)
왼쪽 파란색 그림은 어드레스, 오른쪽 초록색 그림은 백스윙 탑 순간이다. 어드레스 때부터 백스윙 탑 까지 올라가면서 클럽이 지나간 궤도가 있을 것이고 그 궤도가 만들어 낸 단면을 스윙 플레인이라고 해보자. 정상적인 예쁜 백스윙을 했다고 가정하고 이 스윙 플레인은 어드레스 시의 클럽 헤드 위치와 백스윙 탑에서의 클럽 헤드 위치를 연결 해 놓은 선이라고 생각해보자.
드로우를 구사하려면 앞서 말한 것처럼 공을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클럽 헤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공을 빗겨쳐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스윙 플레인의 아래쪽 끝점엔 공이 있다. 공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빗겨치려면 반드시 클럽 헤드가 다운스윙 내내 스윙 플레인의 왼쪽에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클럽이 스윙 플레인 아래로 내려왔다가 공을 맞춰야 한다. 이 느낌을 찾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내가 찾은 나만의 느낌은, 백스윙을 하면서 생긴 스윙 플레인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다운스윙 시에는 팔과 어깨가 만드는 삼각형이 그 플레인 아래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삼각형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은 전 편 “삼각형의 미학”을 참고하시길) 이게 잘 됐을 때 느낌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채가 몸 뒤에서 들어오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하체가 먼저 돌고 상체는 늦게 따라오는데 클럽을 아래로 낮게 유지하려고 하니까 채가 거의 엉덩이나 허리 뒤에서 따라 들어오는 느낌인 것 같다.
반대로, 페이드를 구사하려면 클럽이 스윙 플레인의 위에서 공으로 다가와야 공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빗겨 칠 수 있다. 이 때는 드로우을 칠 때와 반대로 팔과 어깨의 삼각형이 스윙 플레인의 약간 위에서 내려온다는 느낌으로 치면 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하체가 먼저 돌면서 상체도 어느 정도 같이 돌기 때문에 스윙 플레인 위쪽으로 1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5 정도 위에서 들어오면서 슬라이스가 날 수도 있다. 때문에, 거의 스윙 플레인을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치면 실제 스윙궤도는 약간 스윙 플레인의 위에서 내려오게 되어 예쁜 페이드가 난다. 이건 아마도 내 기본 구질이 페이드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 참고하여 본인만의 느낌을 찾으시길…
그림에 나온 대로, 척추각을 유지 한 채로 스윙을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편에서 굳이 필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척추각이 유지되지 않으면 몸이 일어서거나 주저앉으면서 머리 위치, 어깨 정렬, 팔의 각도, 스윙 플레인 모두가 바뀌면서 정확한 임팩트 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림에서도 한번 강조 되었다.
드로우와 페이드는 미묘한 스윙 궤도에 의해 컨트롤되기 때문에 너무 과하게 동작을 취하려고 하면 훅, 슬라이스, 또는 큰 미스샷이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시고 충분한 연습 후에 코스에서 활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공쳤네
#골프치는개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