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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은 May 04. 2022

노동자의 날,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대규모 집회"

2022년 5월 1일 오후 12시 @시청앞

“모두 다 바꿔야해. 그대의 열정과…”


시청역 인근 오후 12시 55분경. 건설노조 발언 뒤에 부당한 노동 처우와 환경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민중가요가 거리 곳곳을 메웠다.


5월 1일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노동조합 14여 개의 깃발이 펄럭였다. 132주년 세계 노동자의 날을 맞아 숭례문~시청역 일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세계 노동절 대회를 개최했다. 본집회 전 오후 12시경부터 2시까지 시청역 7번 출구에서 숭례문까지 이어지는 400m 가량 이어진 건설노조 집회 참여자들은 4차선 도로에 앉아 ‘임금상승 투쟁승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50여명의 경찰들이 집회인원 일대를 둘러싸 엄호했다.


◼방역수칙 ok… 집회 초반엔 안정적인 진행

집회 참여자들은 철망에 둘러쌓인 도로 위에 빽빽하게 채워 앉아있었다. 대다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열리는 첫 대규모 집회였다. 거리두기 해제로 299명으로 집회 인원이 제한적이었지만 이제는 제약이 없다. 실외 마스크 위무화 해제 수칙은 2일 0시부터 적용되고, 50인 이상 집회의 경우 마스크 착용 의무가 있다. 약 1만 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 서울 집회 발언자는 “그간 민주노총이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의 오해를 받아왔다"고 외쳤다. 이번 집회에서 방역 수칙 위반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집회 초반에는 비교적 큰 충돌은 없었다. 행렬 중간 크레인에 스크린을 달아 무대와 먼 집회 인원들이 무대 위 발언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인도에 걸쳐서 주차된 크레인 트럭으로 보행에 불편을 줄 수 있었지만, 경찰들이 곳곳에서 일반 시민들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집회로 차단된 도로에서도 교통 경찰들이 보행자들에게 통행을 안내했다. 


◼집회 규모 커지면서 충돌 이어져

1시 35분 경 노조 인원들이 추가되며 충돌이 발생했다. 4차선을 전부 차지했던 건설노조가 3~5차로로 이동하고, 사무금융노조, 소수자연대, 민주노총 서울본부,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서비스노조, 공공운수노조 등이 1~2차로에 동참했다.


예상보다 집회 인원이 많아져 처음 펜스로 막아놨던 4차선 외에 추가로 공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무대 위 발언자가 계속해서 경찰들에게 공간 확보에 도움을 요청했다. 더딘 진행 상황에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펜스 안으로 들어서며 펜스를 던지고, 차선을 차지한 차량에 크게 항의했다. 경찰-노조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노조원들이 던진 펜스를 정리하느라 정체가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불편도 이어졌다. 시청~숭례문 도로 중심에 위치한 소공동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에는 화장실을 가려는 집회 참여자들로 건물 밖까지 10m이상 대기줄이 생겼다. 인도가 좁은 탓에 대기줄을 피해 통행하는 시민들로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또 도로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갑자기 음악이 크게 나오며 지나가던 일반 시민들이 깜짝 놀라는 등의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2시부터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자 길을 건너려는 시민, 버스, 경찰과 노조가 얽혀 혼잡이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충돌로 인해 부정적인 보도를 우려하며 충돌 책임의 원인을 노조에게만 있다고 보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시민들, ”딱히 불편하지는 않아"...

시민들은 집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집회 옆을 거닐며 기웃하던 이채현, 김우희(인천·17) 양은 행사를 신기하게 봤다. “서울을 자주 오는 게 아니라서 사람이 이렇게 많을줄은 몰랐다"고 했다. “오늘이 노동절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집회가 왜 열리는 건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장연 시위 등 서울 도심에서 시민들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위에 대해서는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일반 시민들이) 참으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더했다.


시청역 일대에서 토스트 노포를 30년째 운영하는 민병호씨도 “(불편한건) 어쩔 수 없지 않냐"면서도 인파로 인해 휴대폰 통신이 터지지 않아 대리점에 가느라 가게를 잠시 비웠다고 했다.


성동근로자복지센터에서 근무하면서 민간위탁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30대 후반 안씨는 6살 아이의 손을 잡고 노동절 대회에 참석했다. 안 씨는 “노동절은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하기 위해서 노력한 날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어 참여하게 됐다"며 투쟁의 의미보단 행사 기념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아이도 기념일적인 행사에는 종종 데려온다. 아이가 이모, 삼촌들 만나는 것을 즐거워한다며 “행사가 끝날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인수위까지 이어질 행진…

집회는 차선을 넓히는 문제로 5분 늦게 시작됐다. 각 노조별로 발언이 이어진 뒤 노조 깃발이 행렬 중간으로 입장했다. 전국 16개 지역에서 ‘2022년 세계 노동절 대회'가 ‘차별 없는 노동권’과 ‘안전하고 질 좋은 일자리’ 등을 주제를 표방한다.


민주노총은 서울 숭례문 앞에 집결한 뒤 서울시청을 지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까지 행진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새 정부와의 대화를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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