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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벌 치어리더 Jan 07. 2016

말라파스쿠아-다이빙, 아시아속 유럽에서

필리핀 세부

-난 말이지, 다시 태어나면 필리핀에서 개로 태어날래
나는 루씨를 바라보면서 대답한다.
-그건 좀....

여기 다이빙 샵 주인 독일 사람이죠?
정갈하게 벽에 걸려있는 기구들을 보고 루씨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난 아직도 뮌헨 사무실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야.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독일 사람들을 만나보긴 처음이라는 내말에 독일과 스위스인인 다이빙샵 주인들이 웃는다. 프렌치 키스 다이브샵의 주인인 (물론) 프랑스 다이브 마스터는 다이빙 스팟을 설명하는 중간 중간 윙크를 날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루씨는 다이빙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독일로 정했어. 프랑스가게 하고는 불안해서 다이빙 못해!!

자연이 장착해준 구릿빛 피부와 단단한 몸매의 사람들을 바라볼때마다 헬스클럽의 덧없음을 느낀다. 물고기가 떨어졌다고 하면 안먹는다. 저녁엔 생선이 들어올 지도 모르니, 저녁 식사 한 시간 전에 들러서 이야기하면 키니라우를 준비해 놓겠다고 한다. 물론 전화 예약따위는 안된다.
자연이 허락하는 날엔 생선과 오징어를 먹고, 아닌 날엔 있는걸 먹는다-파스타 따위.



다음날 새벽 다이빙을 위해 혹은 고기잡이를 위해 온 섬마을이 불을 꺼버린 밤 9시의 별은 온전히 나만을 위해 빛난다. 내어쉬었다가 들이마셨다가. 별의 향기를 담는다. 가방안에는 여전히 상해에서 가져온 3M마스크가 있다.

다이빙을 하는 첫 20분은 귀가 아파 계속 올라가자는 신호를 보냈으나 알버트는 연신 코를 푸는 시늉을 했다. 다음 20분은 끈달린 인형처럼 그에게 매달려 바다생물들을 구경했다. 짧은 머리카락이 산발이 되어 사자갈기처럼 퍼졌다 오므라지는 동안 나는 디즈니의 인어공주 머리스타일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생각했다.
최후 20분 공기가 다 떨어지기전, 아름다운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아 먹을게 하나도 없네. 도대체 내가 좋아하는 생선들은 어디에 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버트는 꿈에도 몰랐다.

보트에서 기다리던 스페인 다이버들은 잔뜩 흥분해서 나의 첫번째 다이빙이 어떠했냐고 물었고, 나의 의식의 흐름을 들은 그들은 젖은 머리카락을 흔들며 내가 기억하는 바르셀로나의 태양처럼 웃었다(비록 그들이 마드리드에서 왔지만)

먼 북소리와 함께하는 나만의 시간

여행 중 묵언 수행을 해도 괜찮은 나와 침묵을 참지 못하는 루씨.

전화번호를 교환하지 않았고 만나자는 약속도 안했는데 하루에 세 번씩 분명히 만나게 되는 영국인 빌.

그리고 엄청나게 들려오는 당케쉔 (독일어 땡큐)

그리고 물고기에 입맛다시는 어촌소녀 여기


말로 아름다움을 다 표현 할 수 없는 칼리망간섬

아무도 몰랐으면 좋으련만

돌아오는 길은 life of pie.

풍랑에 조각배가 흔들리고 비가 오고 해가지고 무지개가 떴다가 바람이 불어 우리 넷은 의지 할 곳 없이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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