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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벌 치어리더 Jul 14. 2015

인생, 열심히하세요

타이베이, 새벽한시반

숨쉬는 소리만 들어봐도 일본 청년들이다.
그들에게 등을돌리고 타이핑을 하는 동안 그들은 어떤 여자에게 말을 걸까 말까 의논 중이다.

'저 여자 타이완 사람 아닌 것 같지? 칼피스를 마시고 있어'
'바보야, 그런거하고는 상관없지'
'야 네가 말걸어봐'
'무슨말로??'
'일단 영어로'
' Hi'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얌마 너무 작잖아'
그리고 싱가폴에서 전화가 왔다.
'아 영어쓰네.. 어디서 온 여자지?'
그들의 말이 등뒤로 와서 부서져 튕겨나가는 동안
통화를 하면서 무심결에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저여자 일본어 해!'

통화를 끝내고 드디어 뒤를 돌았다.
'네, 나 일본어 해요. 그러니까 계속 내 이야기를 할거면 그냥 직접하는게....'

전형적인 세명의 일본청년은 잔뜩 굳어서 나를 바라보았다.

타이베이에서는 함부로 일본어로 떠들어선 안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았을까. 일본어를 하는 대만 사람들이 발에 채이는 곳이다 이곳은.
-여기서 뭐하세요?
-중국어도 배우고, 춤도 배우고,일도 해요
-와!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몇살이예요?
나는 그들보다 12살 많았다.
지금 와서 공부하고 살고 그러면 되겠네요 라는 나의말에 그는 "지금 취직하는 줄에서 벗어나면 따라잡지 못해요, 실패한 인생이죠"라고 대답했다.
아 이거 재미있네, 그럼, 그 줄에서서 들어간 회사는 인생의 성공이라 부를만큼 끝내주나요?
셋은 내가 아까 처음 일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을때보다 더 굳었다.
아...... 그러고보면.... 그리들어가도....힘들고 재미없기도....

네 그거예요. 왜 들어가서 별 볼일도 없는 줄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서워요?

......그렇네요.

청년들은 아예 내 테이블로 건너와 바짝 다가 앉는다.
리리상, 그럼 뭘하면 좋을까요?
글쎄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진세이,감밧데구다사이(인생,열심히 하세요)"
입시말고, 취업말고, 결혼말고.
자신의 인생을 좀 그렇게 있는 힘껏 하세요.
그것말고는 해 줄 말이 없네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그 말을 입밖에 내자 별안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타이페이의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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