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새벽한시반
숨쉬는 소리만 들어봐도 일본 청년들이다.
그들에게 등을돌리고 타이핑을 하는 동안 그들은 어떤 여자에게 말을 걸까 말까 의논 중이다.
'저 여자 타이완 사람 아닌 것 같지? 칼피스를 마시고 있어'
'바보야, 그런거하고는 상관없지'
'야 네가 말걸어봐'
'무슨말로??'
'일단 영어로'
' Hi'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얌마 너무 작잖아'
그리고 싱가폴에서 전화가 왔다.
'아 영어쓰네.. 어디서 온 여자지?'
그들의 말이 등뒤로 와서 부서져 튕겨나가는 동안
통화를 하면서 무심결에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저여자 일본어 해!'
통화를 끝내고 드디어 뒤를 돌았다.
'네, 나 일본어 해요. 그러니까 계속 내 이야기를 할거면 그냥 직접하는게....'
전형적인 세명의 일본청년은 잔뜩 굳어서 나를 바라보았다.
타이베이에서는 함부로 일본어로 떠들어선 안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았을까. 일본어를 하는 대만 사람들이 발에 채이는 곳이다 이곳은.
-여기서 뭐하세요?
-중국어도 배우고, 춤도 배우고,일도 해요
-와!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몇살이예요?
나는 그들보다 12살 많았다.
지금 와서 공부하고 살고 그러면 되겠네요 라는 나의말에 그는 "지금 취직하는 줄에서 벗어나면 따라잡지 못해요, 실패한 인생이죠"라고 대답했다.
아 이거 재미있네, 그럼, 그 줄에서서 들어간 회사는 인생의 성공이라 부를만큼 끝내주나요?
셋은 내가 아까 처음 일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을때보다 더 굳었다.
아...... 그러고보면.... 그리들어가도....힘들고 재미없기도....
네 그거예요. 왜 들어가서 별 볼일도 없는 줄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서워요?
......그렇네요.
청년들은 아예 내 테이블로 건너와 바짝 다가 앉는다.
리리상, 그럼 뭘하면 좋을까요?
글쎄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진세이,감밧데구다사이(인생,열심히 하세요)"
입시말고, 취업말고, 결혼말고.
자신의 인생을 좀 그렇게 있는 힘껏 하세요.
그것말고는 해 줄 말이 없네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그 말을 입밖에 내자 별안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타이페이의 게스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