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기록 May 08. 2021

박여사의 이혼 소송 전말

한 번 더 이혼 소송 가즈아


웃음기 짝 뺀

박여사의 이혼 소송 전말



이혼 소송 계약서 한 줄 싸인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X년 전 20XX년 4월 박여사가

남편과 이혼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용의주도하게 서울 XX동에

보증금 1천 월 45만원 

원룸을 얻어놓고 집을 나왔다.


나는 차로 XX동까지 짐을 실어다 주었고

성남시 YY동에 아파트 월세를 얻었을 때도

이삿짐센터 역할을 도맡았다.

박여사 남편이 사무실에 나간 사이

나와 박여사는 

2인조 빈집털이범처럼 빈 집에 들어가

필요한 물건과 반려견을 데리고 나왔다.

나는 이때 박여사에게 신뢰를 많이 쌓았고

박여사는 이혼소송이 잘 끝나면

유럽여행을 보내주겠다고 제안했다.



박여사 사정을 잘 아는 XX언니는

이참에 그 많은 재산 반띵해서

인생 즐기면서 살라고 으샤으샤 응원했고

입으로만 아니라 

새로 얻은 아파트 전세집에

티비 다이까지 선물 했다.

나도 가만 있으면 안 될 거 같아서

200리터짜리 냉장고를 선물했다.


그런데, 

박여사는 나와 XX언니의

열렬한 응원을 배신하고

집 나온지 한 달 만에

소장을 받은 남편이 한 걸음에 달려왔고

눈물의 극적인 화해를 했다.

이혼소송은 없던 일이 되버렸다.


이혼소송 취하 소식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XX언니는 아쉬워했고 

박여사는 그 말에 섭섭해 했다. 

"잘 됐네, 언니. 잘 살아봐."

나는 솔직하지 않은 위로를 했다.


나의 유럽여행은 구름처럼 사라졌고

박여사와 만날 때는 더치페이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몇 달 뒤 우리집 이사하던 날

냉장고 값에 상응하는 

쿠쿠 밥솥을 선물로 받았다.

돈 계산은 아주 깔끔한 박여사다.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이혼 소장 보낸 것으로

변호사는 성공보수료 8천만원을 청구했고

박여사는 입을 쩍 벌리며 한 며칠

변호사 실장 카톡을 읽씹했다.


한여름에 냉장고에 수박이 떨어지지 않게

먹는 게 유일한 사치인 소비생활을 해온

박여사네는 이혼보다 더 큰 산을 만났다.

수년간 로스쿨 입시 준비를 해 온

박여사 남편은 변호사가 청구한 금액이

너무 크다며 변호사 사무실을

상대로 소송 하겠다고 길길이 날뛰었고

부부가 서로 적이였다가

다시 똘똘 뭉쳐 공공의 적에 맞서는 걸 보고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박여사는 한 며칠 잠수 타다가

변호사 사무실 실장님과

결렬된 가격 협상을 진행했다.

사무실 실장님은 정말 많이 양보한 거라며

더 이상은 사무실 입장에서도 어렵다며

3천만원을 최종 제시했다.

부부의 진실된 대화 한 번으로 해결 될 일을

3천만원을 들여서 해결한 셈이 됐다.


소송 취하는 두 부부가 눈물로 성공시켰는데

성공보수료는 변호사 사무실이 챙겼다며

박여사는 무척 억울해 했다.

그렇다고 박여사가 손해만 본 건 아니었다.

남편 명의로 된 여러 부동산 중

강남 아파트에 대해서만 공동명의를 갖게 됐다. 

증여세를 아까워하며

돈에 예민한 남편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다며

이 상황에서도 남편을 염려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혼 상담할 때

실장님은 박여사에게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어요?

백화점에 가셔서 남편 카드로

사고 싶었던 거 다 사세요.

명품백도 지르시구요.


박여사는 실장의 달콤한 자본주의 위로에

눈물까지 흘리며 고마워했다.

원래 이혼상담만 받기로 하고 간 거라

재산의 반의 요구는 정당한 것이고

이혼 소송의 방법과 절차를 알았으니

계약서에 싸인 하는 건

집에 가서 생각해 보자고 옆에서 말렸다.


박여사는 실장님의 자본주의 영업전략에 넘어가

그 자리에서 성공보수료 10% 싸인을 하고 말았다.

함께 있던 내가 더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해서 죄책감도 들었다. 


상담비 10만원이 없었다면 

사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혼 소송 계약을 하면 

상담비 10만원은 안 내도 된다는

달콤한 말에 속아 넘어갔다. 

소탐대실.


그길로 박여사와 나는 코엑스 현대백화점으로 향했다.

박여사는 간이 작아서 명품백은 지르지 못하고

빈폴에서 자켓을 하나를 샀다.

자기 것만 사기 미안했던지

내 것도 골라보라고 했다.


스포츠용품 매장에서 운동화를 고르는데

어떤 색상으로 할지

망설이는 나에게 박여사는

무난한 검정색으로 사라고 재촉했다.

나는 제대로 골라야 된다며

이혼소송 계약서에 막 싸인을 하고 온

예비 이혼녀를 옆에 세워두고

이거 신었다, 저거 신었다 했다.


"빨리 검정 사!"

"안돼!"

"검정으로 해!"

"싫어!"


사 준다고 하면 후딱 골라야 되는데

눈치가 없는 건지

검정색이 싫었던 건지

아무튼 그렇게 고민 끝에 고른

스케쳐스 운동화는 잘 신고 있습니다.


남의 집 가정불화로 최대수혜자는 변호사 사무실

저는 스케쳐스 운동화를 건졌습니다.

스케쳐스 운동화를 볼 때마다

박여사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혼소송 한 번 더 가즈아~~~~




이혼 소송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혼 소송 하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돈 없으면 

소송은 다시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웬만하면 합의 이혼 강력 추천.

막상 이혼하고 새출발 하려면

한 푼이 소중합니다.

합의이혼이 안 되는 경우라면

전략적으로 소송하셔서 

한 푼이라도 더 가져오셔야죠.







작가의 이전글 단오날의 꽃바구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