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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Nov 25. 2020

비밀 이야기가 있어.

아이들은 비밀 이야기를 좋아한다.

오늘 아침, 셋째가 비밀스럽게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스윽 가까이하며 말한다.

"소사소삭드삭도삭어쩌고조기재기"

알아들을 수 없는 비밀스러운 작은 요정의 언어. 진지한 표정에 약간의 장난기가 한 스푼.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비밀 이야기에 답했다.

"소닥소닥어쩌고저쩌고저기조기요기저기요기조기"

셋째는 만족스럽다.


우리 둘의 대화에 첫째 둘째가 궁금해한다.

"엄마 무슨 비밀 이야긴데! 나도 말해줘!"

"소닥소닥어쩌고저쩌고저지조기요기조기요기조기"

"진짜야? 그런 말 했어?"

아이들은 까르르 웃는다.


아침을 다 먹은 아이들. 이제 내가 할 일은? 신속 정확하게 아이들 등원 준비를 착착착!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로 신속 정확하게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나의 자유시간의 크기가 달라지므로 매우 긴장되고 급박한 순간들의 연속이다. 그러나, 참 엄마 마음대로 안된다.


양치하고 세수하라고 한지 언젠데... 내가 아이들 가방을 다 챙길 때까지 첫째 둘째는 칫솔에 치약조차 묻히지 않았다. 옷 입어라고 하며 입을 옷을 꺼내놓은지가 언젠데.... 내가 막내의 옷을 다 입히고 머리카락을 묶을 때까지 첫째 둘째는 잠옷조차 벗지 않았다... 참 인생은 내 마음대로 안된다.


자유시간으로 헐래 벌떡 뛰어가는 내 마음과 다르게 천천히 느리게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는 아이들. 엄마는 지금 현재에 사는 아이들이라는 둘 부리에 계속 넘어진다. 마음은 조급함으로 팔짝팔짝 뛰나, 아이들의 속은 팔랑팔랑 즐겁게 행복하게 이곳저곳 날아다닌다. 이곳저곳에는 "등원 준비"라는 곳은 제외.


등원 준비를 하며, 인생은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지... 라며 현실 자각 타임을 갖으며 바닥에 널브러진 나.

지친 엄마에게 첫째가 다가와 엄마를 꼬옥 안아주며 귀에 대고 속삭인다.

"엄마 나 비밀 이야기 있어."

"뭔데?"

"내가 엄마에게 힘을 줄게. 있어봐."

하며 나를 꼬옥 안아준다. 꽤 긴 시간.

"엄마에게 에너지가 채워질 때까지 안아줄게."

자기 눈에도 지쳐있는 엄마가 보였나 보다. 꽤 오래 안아주는 걸 보니, 엄마의 에너지가 바닥임을 알았나 보다. 똑똑한 녀석.

"엄마에게 힘을 다 주면 너는 힘이 없잖아. 괜찮아?"

"엄마 나는 힘이 바로 생겨!"


미래를 생각하는 엄마는, 현재 속에 사는 아이들을 이길 수가 없다.

"지금 여기"에 사는 아이들은 항상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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