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바람기 잡는 더듬이가 있나?
추석 연휴.
그는 회사 일로 바빠서 못 만난다고 했다.
“어? 왜 전화했지?”
반가운 마음에 “여보세요?”를 반복했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전화기가 주머니 안에 있는 줄 모르고 눌렀나 보다.
통화 버튼이 눌렸는지 모르는 그가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귀엽네..’
숨소리를 낮춘 채 조용히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그를 상상하면서 백색 소음을 듣고 있었다.
“우리 와인 마실까?”
활기 찬 여자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들렸다.
부정맥이 도진 듯 심장이 몹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분명 그의 목소리였다.
단단하게 닫혀있던 문이 바람에 삐걱거리며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손이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볼쌍사납게 떨리기 시작했다.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동안의 일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너는 왜 집에 나를 안 데려가? 혹시 집에 누구 있는 거 아니야?”
농담으로 던졌던 그 말이 다시 무서운 메아리가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썅, 진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