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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플리튜드 유저 밋업에서 나를 흔든 한 마디.

'개쩌는 프로덕트'에 대한 단상.

by 김긍정

이 글의 BGM으로는 아이유-네모의 꿈을 권합니다.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들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걸

- 네모의 꿈


지난 5월 말, 마티니 사무실에서 열린 Amplitude User Meetup에 다녀왔다. 행사에서 특별한 손님이 올 거라는 정보만 미리 접했는데, 알고 보니 CEO인 Spenser Skates가 직접 참석했다. 그는 서툴지만 열심히 준비한 한국어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간혹 창업자들을 만나면 "OO를 만든 누구입니다."라고 보통 소개하는데, 그는 '앰플리튜드를 만든'이 아닌, 앰플리튜드라는 'Amazing Product'를 만들었다고 스스로 소개했다.


뒤이어 그는 얼마나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제품 가치를 제공하고 싶은지 설명했다. 축약하면 이전 제품이 자동차였다면, 앞으로의 앰플리튜드는 자율주행을 할 것이라는 비유였다. 앰플리튜드 AI가 사용자를 분석해, 더 적합하고 자동화된 데이터 분석을 도와줄 것이라 말했다.


사실 나는 그가 말하는 거창한 미래지향적인 모습보다

'Amazing Product'라는 단어에 꽂혀있었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달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른 뉘앙스로 들렸을 수 있겠다. 단순하게 나만의 스타일대로 번역을 해보면, 내가 받은 느낌은 '개쩌는'에 가까웠다. 얼마나 스스로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해 확신할 수 있으면 저렇게 열의에 찬 모습일 수 있을까? 글로벌하게 인정을 받아서? 돈을 많이 벌어서?





자연스럽게 나는 앰플리튜드는 개쩌는 제품일까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는데, 내 대답은 '그렇다'였다. 내가 PM으로 합류한 첫 회사에서 앰플리튜드를 만났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MySQL로 쿼리를 고민해야 했다면, 뮤지션에서 직무전환을 했던 나는 머리가 터져 데이터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를 꺼려했을 것 같다. 직관적이고, 쉽고, 클릭 몇 번에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이 제품 경험들이 데이터 분석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을 너무나도 즐겁게 해소해 주었다. 편리한 사용자 경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개쩌는 프로덕트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고 가치를 주는 제품을 만들며 좋은 경험과 변화를 선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지금보다 더 더 더 잘하고 싶고, 앞으로 훨씬 더 유능한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고 싶다는 어린 날의 패기 같은 욕심이 다시금 들끓었다. '아. 이 길을 택하길 정말 잘했어. 이 길은 진짜야. 모든 여정이 의미 있고 아름답게 느껴진달까.'


그날의 동기부여는 네모난 달력 속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던 내게

엄청 크고 빨간 별표를 박아주었다.




아. 나도 사용자의 삶에 가치와 변화를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거래액 잘 키워주는 제품도 좋지만, 유저들이 학습된 것 마냥 할인 마케팅 해야만 지표가 치솟는 그런 제품 집착 말고.. 정말 시장의 문제를 발굴해 내 고객의 폐인포인트를 해결해 주는 그런 제품..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켜 줄 수 있는 그런 혁신을 위한 집착을 하고 싶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매출에만 집착하게 됐을까?

지금 나는 좋은 프로덕트 매니저로 성장하고 있는 걸까?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지 못하면 어떤 책임을 치러야 하는지 그렇게 뼈저리게 배웠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는 조금 더 오롯한 제품 메이킹에 집중해 몰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 비즈니스를 덜 신경 써도 괜찮은 포지션으로 이동해야 하나? 애초에 그런 게 있나? 그래도 되나?

- 제품팀에게 매출 보다 완성도를 요하는 조직으로 가야 하나? 애초에 그런데가 있나? 그게 맞긴 한가?

사실 이 갈증은 커져만 갔고, 두 개의 자아가 매일을 충돌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날 마주한 'Amazing Product'라는 말처럼,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이 제품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제품과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초심을 되찾았다는 것.


매출, 임팩트, 완성도.

그 사이에서 매일 흔들리더라도, 나는 여전히 '진짜'를 만들고 싶다. 이 갈증이 나를 움직이게 하고, 웃게 하고, 앞으로의 나를 만들거라 믿는다. 조금은 오글거리면서도, 내 안의 나를 깨워 진격의 거인으로 만들어 준


그날의 일기 마침.

신조오 사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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