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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동료의 본질

계속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들에겐 '긍정적인 태도'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by 김긍정

이 글의 BGM으로는 박재범 님의 <REBORN>을 권합니다.

패배를 느껴봐야 승리의 맛이
그만큼 달콤해 희망을 잃지 않길
다시 태어나 새롭게 시작해
다시 한번 또 기회가 생겼네

- REBORN 가사 中


최근 한 IT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우연히 예전에 함께 일했던 상사분을 만났다.

내게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었고,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 나는 그가 너무 반가웠는데 상대방은 나와 같은 감정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쉬움이 컸고, 결국 그 상황은 나 스스로 만든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나를 믿고 기회를 준 마음들에 비해

내가 오래 있지 못했다.

결국 첫인상 보다 중요한 건 끝인상이었다.




그날 이후로 지금 회사에서의 관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동료일까? 최근에 정산 측면의 문제해결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게 재무, CX, 제품, 사업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다 보니 의견을 합치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 경영진 분들을 설득하는 의사결정 둘 다 쉽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팀은 크로스보더 정산을 다뤄야 해서 제품 난이도 자체가 어렵고, 이걸 시도한 한국 사례나 한국어로 된 아티클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어서 매일을 영문 API Docs와 싸워야 했다.


게다가 정산은 개인적으로 트라우마가 있다.

내가 PO/PM 직무로 일하면서 처음으로 사무실에서 진짜 크게 혼난 적이 있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그 당시 나의 팀장님이 가서 사과를 하실 정도였다. 그때 내가 맡은 프로젝트가 너무 커서 전시뿐만 아니라 결제, 정산, 알림 등 복잡하게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었는데, 기존 다른 사업부와 정책이 다르지 않아 내가 히스토리를 파악 후 정산 제품 문서를 대신 쓴 것이 화근이었다. 그 뒤로 정산팀 컨플루언스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다시 최근으로 돌아와 글로벌 셀러를 상대해야 하는 정산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하다. 사실 첫 번째, 두 번째 시도 때는 약간 편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근데 이게 돈이 엮여있다 보니 보수적인 핀테크 업계에서는 조금이라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해당 방법이 허가되지 않았고, 마지막은 결국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 앞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걸 회피하면 결국 나는 성장하지 못한다.

잘 알고 있는데 "이걸 꼭 내가 해야 할까"하는 생각은 솔직히 머리를 떠나질 못했다. 그렇게 매일을 "어쩔 수 없어.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해." 하는 마음과 "이걸 진짜 내가 하는 게 맞나?" 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 과정에서 기분이 태도가 된 하루도 있었고, 스스로 감정을 잘 컨트롤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이불킥 부르는 여러 장면들이 생각나자, '내가 정말 이 일을 잘하고 있나? 일이 되기만 하면 되는 건가? 과정이 아름답지 못해도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과물이 좋아도 다시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동료가 된다면 소용없지 않은가.


이러한 고민을 한 개발자 분에게 털어놓았더니 내게 아래와 같은 조언을 해주었다.

"PM의 할 일은 커뮤니케이션이에요.
개발자도 프로젝트에 따라 쉬운 개발을 할 때도 있고 어려운 개발을 할 때도 있듯이, 민경님도 쉬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가 있고 어려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가 있는 거죠. 이번 프로젝트가 난이도가 엄청 높은 것이고요. 이걸 해내고 나면 한층 성장해 있을 거예요."


그는 평소에도 우리 팀 내에서 어려운 문제를 마주할 때, 스트레스를 받기보단 어려운 게임 속 미션을 만난 것처럼 즐기는 태도로 임해보자고 조언해 주었다. 결국 쉬운 일만 할 수 없는 것이고, PM의 역할이란 기획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개발자 분들처럼

나도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 과정을 지켜본 다른 개발자 분은 내게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삽질하는 거니까"라고 말해주었다. 사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문제여도 나 혼자서 그걸 해결하는 것은 아니었다. 고객에게, 우리(회사)에게 장기적으로 더 건강하고 나은 방향을 팀원들이 늘 함께 고민해 주었다. 결국 나 혼자서 이걸 다 하고 있다고 착각해 징징댄 것 같아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집에 가는 퇴근길에 최근 방탄소년단 RM의 한 인터뷰가 내 알고리즘에 잡혔다. (링크)

"이렇게 큰 성공 속에서도 초심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성공이 100%라 가정하면
50%는 ARMY, 5%씩 각 멤버들이 가지면 총 35%가 되겠죠. 남은 15%는 하이브(회사).

만약 성공이 트로피라면 내 지분은 5%예요.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이 성공은 전부 내 것이 아니구나.




본질로 돌아와,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들의 공통점을 돌이켜 봤을 때 성공도 실패도 과정도 결과도 혼자가 아님을 알고,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함께 헤쳐나가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알면서도 잊고, 잊고 있다가도 깨닫게 되는 무한 굴레에 갇힌 것 같지만 ^ㅡㅜ,,


어제보다 오늘 더

다정한 동료, 긍정적인 PM이 되어야겠다.


여전히 어리고 여린

이번 주 회고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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