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셨던 백 가지 기억을 기록하려고 한다.
백 가지는 많은 기억이기도 하고 적은 기억이기도 하다. 백을 생각하면 많고, 술을 마신 모든 기억을 생각하면 적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기록에는 모두 이 전제가 붙는다. '내가 기억하는-'
추억은 모두 내 기억의 한정판이다
기억은 온전히 나의 소유물이다. 같은 경험을 공유했지만 기억은 오로지 내 몫이다. 그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비틀리든, 뜨거워지고 졸여지든, 또 아름다워지든 그건 모두 내 몫의 소유물이다.
이 기록물은 에세이이자 소설이다. 따지고 보면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는 사실의 유무이지만 사실을 기억하는 방식은 모두 내 기억 속에서 나오기때문에 구분지을 수 없이 모호하다.
나는 애주가다.
애주가여서 다행인 두 가지는
한 번쯤 내 인생의 기록을 술과 함께 남겨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는 사실과
새 술을 마시기 위해 내 몸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이다.
#일요일업뎃하는연재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