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온라인 거래,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요즘 와인 애호가들 중 와인 온라인 구매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주류 온라인 거래가 금지돼 있는 한국에서 웬 온라인 구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와인을 파는 것은 불법이지만, 구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니 해외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파는 와인을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개인이 소량의 와인을 수입하는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를 지켜 구매한 후 세금을 납부하면 되는 것이다.
와인을 직구할 때 고려해야 하는 세금은 크게 네 가지. 관세, 주세, 교육세, 부가세다. 관세는 와인값과 배송비를 합한 금액의 15%다. 주세는 와인 값과 배송비, 관세를 더한 금액의 30%다. 교육세는 주세 금액의 10%다. 그리고 마지막 부가세는 와인값과 배송비, 관세, 주세, 교육세를 더한 금액의 10%다. 네 가지 세금을 모두 더한 세율은 와인값과 배송비를 더한 금액의 68.2% 정도가 된다. 예를 들어 배송비 포함 3만 원짜리 와인을 한 병 직구하면 실제 지불해야 할 금액은 세금 20,473원을 포함해 총 50,473원이 되는 것이다. 3만 원짜리 와인이 5만 원이 넘는 와인이 되니 상당히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위에서 언급한 세금을 다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유럽 연합을 비롯해 미국, 칠레,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와인 생산국/판매국들은 대부분 한국과 FTA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세 15%는 거의 면제된다. 또한 소액 면세제도가 있어서 미화 150달러 이하이면서 용량 1리터 이하 와인 1병을 직구하는 경우 관세와 부가세가 면제된다. 따라서 조건에 맞는 와인 1병을 직구할 경우 합계 세율은 33%까지 줄어든다. 3만 원짜리 와인을 직구한다면 39,900원이 되는 것이다. FTA 체결국 기준 3만 원짜리 와인을 2병 직구하면 관세만 면제되니 총세율은 46.3%가 된다. 이 경우 병당 직구 금액은 세금 13,890원을 포함한 43,890원이다.
여전히 비싸다고? 하지만 같은 와인이라도 외국 사이트의 판매가가 한국보다 훨씬 싼 경우가 많다. 주요 국가들은 대부분 종량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한국보다 세금이 훨씬 저렴한 것이 주요 이유다. 게다가 1만 원짜리 와인과 10만 원짜리 와인의 세금이 같으니, 고가 와인일수록 한국과의 가격 차이가 더욱 크게 벌어진다. 게다가 유통량, 유통구조 등의 차이로 인한 추가 가격 하락 요인도 있다. 판매자가 제공하는 할인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와인에 따라 직구에 사용한 총금액이 한국에서 파는 와인 가격과 비슷하거나 훨씬 싼 경우도 종종 있다. 일부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희귀 와인을 구입하려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가격을 크게 신경 쓰지도 않는다.
직구를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처럼 모든 것을 처리해 주는 올인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위클리와인(www.weeklywine.co.kr), 비타트라 독일(www.vitatra.de) 같은 사이트의 경우, 배송비는 물론 세금까지 모두 포함한 최종 구매 가격을 보여준다. 그냥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처럼 원하는 와인을 구입하면 된다. 한 가지 추가되는 것은 '개인통관고유부호' 입력인데, 이는 관세청에서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와인 외에 다른 물품을 직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다른 방법은 해외 판매 사이트에서 직접 와인을 구매한 후 배대지를 통해 와인을 배송받는 것이다. 배대지는 배송대행지의 줄임말로, 해외 현지에서 구매한 물건을 대신 수령한 후 한국으로 배송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비비노(vivino.com), 와인닷컴(wine.com) 등의 와인 전문 사이트나 와인 생산자들의 개별 홈페이지에서 직접 와인을 구매한 다음 현지의 배대지를 수신처로 지정한다. 배대지에 와인이 도착하면 배대지는 일정 수수료를 받고 와인을 한국으로 배송해 준다. 이 경우 아이스팩을 넣거나 포장을 강화해 배송 중 와인의 변질이나 파손을 최소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배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이트로 이하넥스(www.ehanex.com)와 몰테일(post.malltail.com)이 꼽힌다. 단, 미국 사이트에서 직구를 할 경우엔 유의할 점이 하나 있다. 주별로 소비세 부과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소비세를 내지 않으려면 소비세가 부과되지 않는 주에 위치한 배대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리건주가 대표적이다. 몰테일의 경우 최근 다해줌이라는 서비스를 오픈해 라쿠텐 등 판매 사이트의 와인을 구매 대행까지 해 주고 있다. 이 경우 몰테일 사이트에서 쉽게 와인을 선택하여 결제할 수 있고, 추후에 배송비와 세금만 별도로 납부하면 된다. 올인원 직구 사이트의 장점을 일부 차용한 서비스로 볼 수 있다.
해외 직구를 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일단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본적으로 일주일 이상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고, 1달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다. 와인이 변질되거나 파손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극단적인 날씨를 보이는 한여름이나 한겨울의 경우엔 와인이 열화 되거나 동파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와인 직구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나 구글에서 '와인 직구'를 검색해 보면 노출되는 정보량에 깜짝 놀랄 것이다. 직구 방법 소개는 물론 다양한 직구 팁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다. 고급 와인을 구매할 때뿐만 아니라 중저가 와인 구매에도 직구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흥미롭다. 중저가 와인을 여러 병 구매하면 부가세를 내야 하는 대신 병당 배송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와인 판매 사이트나 배대지 사이트에서 수시로 제공하는 다양한 할인 혜택도 직구를 선호하는 요인 중 하나다. 와인샵에 가려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지방 거주 와인 애호가의 경우, 원하는 와인을 집 앞까지 배송해 주는 직구는 구원의 손길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국민 건강 문제, 세금 관련 문제 등을 이유로 와인을 포함한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와인 직구의 세계로 떠나는 중이다. 온라인 와인 판매 금지는 누구를 위한 규제일까?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