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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은 Sep 18. 2019

<스윙> 공연 리뷰

국립현대무용단 x Gentlemen & Gangsters

2019/8/31 <스윙> 국립현대무용단 x Gentlemen & Gangsters, 안무 안성수,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뮤지컬을 시작으로 공연에 빠져들었고 연극을 많이 보다가 새로운 것을 찾다 무용을 보기 시작했다. 클래식한 발레는 지루했기에 현대무용을 보기 시작한 것이 영국에서 공연을 전공한 것으로 이어지고 첫 직장으로 한국의 무용축제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현대무용계를 잠깐 들여다보며 크게 실망했었다. 한국의 현대무용계는 유럽보다 무척이나 협소했고 무엇보다도 관객이 없었다.  현대무용은 대중에게 익숙한 뮤지컬, 연극, 발레 등에 비하면 현대무용이란 장르의 공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공연이다. 대담하게 현대무용에 도전을 하더라도 때로는 추상적이며 심오한 공연부터 별로인 공연을 자칫 첫 공연으로 봤다가는 '이것이 현대무용이구나!' 라고 단정 짓고 다시는 못 볼 장르라고 선을 그을 수도 있다. 나는 오랫동안 현대무용의 중심인 유럽에서 살았기에, 그것도 세계적인 공연장들이 모여있는 런던에서 Akram Khan이란 이 세대의 영국의 으뜸가는 현대무용 안무가로 평가되는 안무가의 공연으로 처음 현대무용을 경험했다. 아크람 칸은 안무 외에도 영상, 조명, 의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융합하고 때로는 연극적인 요소의 스토리텔링을 첨가하는 안무가이다. 첫 경험을 통해 현대무용에 빠지기에 대중적으로 조금 더 익숙한 장르의 공연예술과 현대무용의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아크람 칸의 공연은 완벽했다.


앞서 내가 현대무용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줄줄이 쓰게 된 이유는 현대무용이 생소한 관객을 배려하면서 눈높이를 맞춘 현대무용 작품의 역할을  <스윙>이 성공적으로 했다고 강렬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1시간20분의 공연 시간 내내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을 매운 관객들은 라이브로 연주되는 스윙 재즈 음악에 끊임없이 손뼉을 치고 객석 안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무용수들과 함께 몸을 흔들었다. 무용수들의 가뿐하면서 기운찬 에너지는 무대를 장악했고 온 관객들이 그들의 끊이지 않는 회전, 팔 움직임의 날렵함,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스텝에 눈을 떼지 않았으며 젠틀맨 앤 갱스터즈의 연주의 마디마디가 온몸과 의식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 또한 그랬다. 


https://www.youtube.com/watch?v=Xlih4D6cStU


공연을 보러온 것이 아니라 한바탕의 춤과 음악의 판 같았다. 그때 그 순간에는 토월극장이 스윙 댄스 파티, 스윙으로 폭발하는 한판의 장이라는 기운이 온 공기로 느껴졌다. 스윙재즈의 메카인 미국 뉴올린스가 부럽지 않았다. 마지막의 노래로 뿜어나온 베니 굿맨의 곡 씽씽씽은 공연장의 지붕을 들어 올릴 것 같이 신났으며 공연이 끝나고도 관객들이 앙코르를 외치며 공연자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생에 단 한 번도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관객들이 아쉬워하는 공연을 본 적이 나는 없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밴드와 무용수들이 다시 나오고  관객들은 너도나도 일어나서 같이 춤을 추며 공연을 함께 마무리했다. 


앙코르 장면, 모든 관객이 일어나서 함께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트럼펫의 시원한 소리와 더블베이스의 기분 좋은 진동이 흥겨운 스윙의 리듬으로 엉켜 머릿속을 맴돌았다. 계속해서 미소가 지어지고 몸이 가벼우며 공연 뽕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안성수 예술감독이 작년에 젠틀맨 앤 갱스터즈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처음 공연을 창작하고 올린뒤 뜨거운 반응으로 올 해 다시 돌아온 <스윙> 공연이다.

올해 <스윙> 공연 예고편을 보고 라이브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에게 이 공연을 추천해 함께 가게 됐다. 공연을 매우 좋아하는 아버지가 함께 공연을 보러다니시는 '패거리'까지 초대해 총 17명이 함께 공연을 봤다. <스윙>이 첫 현대무용 공연인 분들이 상당했기에, 아버지가 나를 친구분들에게 소개하시면서 <스윙>이 내가 추천한 공연이라며 말씀하실 때마다 걱정이 켜켜이 쌓였었다. 아버지에게 추천한 것도, 무용이 재미가 없더라도 라이브 음악은 실패가 없을 테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이지만, 한 번도 직접 보지 않은 공연이라 정확하게 공연이 어떨지 그리고 현대무용이 처음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 공연일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이 무색하게도 공연이 끝나고 온 힘을 다해 연주하고 춤을 춘 공연자들을 뒤로하고 함께 간 모든 어른으로부터 이런 경험을 하게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계속 듣게 됐다.



 그분들 역시 나같이 공연 뽕을 제대로 맞은듯했다. 모두 '딸과 다시 오고싶다,' 스윙댄스를 잠깐 배웠던 '남편이랑 다시고 오고싶다' 라고 하면서 각자 <스윙>을 생각나는 이들과 다시 한번 와서 느끼고 싶어 했다. 무리 중 몇몇은 공연장을 벗어나서고 예술의전당의 넓은 광장에서 걸으면서 손춤을 추고 턴을 해댔고 같이 스윙 댄스를 같이 배워야겠다는 얘기가 오갔다. 모두가 한참을 공연장에 머물러 <스윙>의 좋은 에너지를 놓지 않고 늦은 밤까지 쥐어 잡고 함께 그 여윤을 진득하게 즐기고  싶어 했고 막차 시간까지 시원 바람을 맞으며 광장의 벤치 앉아 스윙의 기운을 꼭 껴안았다.


몇 년 만의 공연 뽕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줘서 고마운 공연이였으며 현대무용이란 가끔은 넘기 어려운 언덕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공유할 수 있어서 고마운 공연이었다. 몸과 마음을 꿀로 적셔주듯 황홀한 정상급 밴드의 라이브 연주로 들을 기회를 주어 또 한번 고마운 <스윙>이었다.



공연의 열기와 관객의 호응으로 가득 찼던 공연장.


<스윙> 공연은 9월27일 저녁 8시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마지막으로 공연을 한다.

*울산 공연은 라이브 연주가 아닌 녹음된 연주로 공연이 된다.


이러한 지극히 개인적인 <스윙> 리뷰는 공연이 마무리된 씽씽씽으로 마치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fhyhP_5VfKM&list=PLg-jS7VWuFqcLEKIWQFcgeqjQXDgXpyld&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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