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트리뷰트 콘서트 <마왕 10th: 고스트 스테이지>를 다녀와서
2014년 10월 27일. 그러니까 10년 전 오늘 저녁. 난 서울 공덕 어느 선술집에 있었다. 이주한과 소주를 기울이고 있었다. 갑자기 쓰나미가 몰려왔다. 그의 죽음에 관한 속보였다. 순간 그 공간의 모든 대화는 모조리 끊어졌다. 제발 오보이길. 제발 가짜뉴스이길. 모두가 스마트폰만 들여다봤다. 술은 무의식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실이었지만 삼키기 너무 힘들었다. 밤새 방황했다. <절망에 관하여>의 가사처럼 그냥 가보는 거였다. 다음날 출근을 할 수 없었다.
1988년은 1989년보다 기억이 선명하다. 올림픽 때문에 우리 집에 VCR이 생겼었다. 크리스마스이브 밤에는 무한궤도의 <그대에게>가 TV 앞에서 꾸벅꾸벅 졸던 이들을 일어서게 했다. <날아라 병아리>를 듣고 육교 위에 네모난 상자 속의 병아리를 더 이상 함부로 사지 않았다. 진학 목표를 서강대 철학과로 두기도 했다. 꿈은 잘 때 꾸고 대학 가서 꿔도 늦지 않다고 조련당했던 고등학생 때. 너의 꿈을 비웃는 자를 애써 상대하지 말고 그저 웃어 보이라는(<해에게서 소년에게> 中) 노랫말은 지금 좌우명이 됐다. N.EX.T의 콘서트를 쫓아다닌다고 학교 자율학습도 무단으로 이탈했다. 빠따도 많이 맞았다. 후회는 없다. 세월이 흘러 나의 딸도 이제 그를 알게 됐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제작진이 정말 고맙다.
그가 떠나고 10년 동안 우리는 애써 그를 잊지 않으려 했다. 어제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부흥회였다. 김세황·김영석·이수용·홍경민·고유진·김동완·해리빅버튼·넬·예성·솔라·김범수·PSY가 엄청난 화력을 쏟아부었다. 앰프의 최고 출력을 끝까지 뽑아냈다. 오디오만으로 무아지경에 이르렀다. 상상해 보시라. 앙코르로 <그대에게>와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부르는 PSY의 무대를. 哀而不悲. 인간 중 내 생애 최고의 인플루언서로 남을 이름. 신해철. 남들과 닮아가는 동안에도 꿈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도록 꿈꾸고 당신을 기억합니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