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삼킨 기억은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한 겹, 두 겹
포장지를 싸맨 채 나를 기다린다.
기시감에 돌아서려는데
그 기억을 굳이 집어 들고 나를 불러 세운다.
기억이라는 건 꽤나 편리하게 작용한다.
도대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지워버린 채
이기적이게 혹은 너무 잔인하게
뿌리내릴 자리부터 맡고 본다.
나는 아마 그 달콤하고도 미련한 손짓에
나를 몇 번이고 내던지겠지.
아무렴 어떤가, 나약함은 내 타고난 기질인걸
이번에야말로 진짜일 거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