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래, 다 알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이름이 없어지잖아요.
한때 수십 명의 직원을 거느린 사내는
집집마다 건네줄 우편물을 정리하는
머리 희끗한 ’경비 아저씨‘가 됐고,
머리에 수건 매고 소리 꽥꽥 지르던 학생회장도
반바지 입은 직원을 흘겨보는, 뭐?
‘꼰대’라 했나, ‘꼰머’랬나.
공주, 딸내미, 새색시... 별명 많던 아래층 여자도
결국엔 ‘그, 그, 준수네 있잖아’가 됐다던데요.
모두가 기억, 아니 이름 상실증에 걸리는 거죠.
시간이 어찌나 쏜살같은지, 약도 없다죠?
아, 저요? 제 이름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