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연애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가리지 않고 만나던 때가. 옆에 아무도 없으면 너무 외로워서 누구라도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매일 같이 연락을 주고받고 싶었다. 점심으로 먹은 샐러드를 공유하고 잠들 때 잘 자라는 인사도 주고받는 그런 사이가 절실했다.
연애를 할 때는 적어도 불안하지 않았다. 연애는 자극적이니까, 혼자 있을 때와는 다르니까. 좋아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또 좋아하고. 또다시 싸우고 화해하고 또 사랑하고. 이런 게 사랑이고 믿었다. 원래 다 이런 거라고. 설레게 하고 화나게 하고 웃고 울게 만드는 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면 마음이 따듯해졌다. 혼자 있을 때면 나를 괴롭히던 불안은 잦아들고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은. 어둠이 물러나고 광명이 찾아오는 느낌. 다들 이래서 연애하고 결혼하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자잘한 걱정은 사라지고 행복한 미래만 떠오르는 맑은 기분.
모든 것이 좋았지만 모두다 좋지는 않았다. 지난 연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라고 하면 '멋지고 섹시했지만 내 것은 아니었던'이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연애가 소중했지만 보면 한편으로는 생의 결핍과 존재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발버둥이었을 뿐 내 인생 전체를 걸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결국 나에게는 연애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인생의 문제들이 있었고 그것이 결국 타인으로 해결될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음 뿐 작은 불로는 큰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수많은 연애로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되돌려야 했을 때, 이별을 당하고 이별을 고하는 그 과정이 지나치게 소모적이었다.
결국 나는 이 무한 루프를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연애를 쉬었을 때 지독한 금단현상에 시달렸다. 그래서 아무거나 했다. 정말 아무거나.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하고 뜨개질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수영하고 산책하고.
그렇지 않으면 누구에게든 연락해서 나 좀 만나달라고 애원할 것만 같았다. 잠들기 전 새벽 '자니..?' 문자를 보내는 전 남자 친구처럼 구질구질한 짓을 하게될 것만 같았다.
매일 나를 소진하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몸이 피곤하니 잡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에는 누우면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휘둘렀는데 이제는 그럴 틈이 없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의미 없는 연애는 끊을 수 있었다. 무리한 운동으로 무릎이 고장 나고 수면 패턴도 불규칙해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