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봄 Nov 27. 2023

어서 와, 한국은 오랜만이지?

미국 유학 후 색다르게 보이는 한국 일상


어렸을 때 박찬호 선수가 미국에 진출하고 몇 년 후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분의 발음이 굉장히 굴러가고 중간중간 영어를 섞어서 쓴 것이 인상 깊었다. 박찬호 선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 사람인데, 그런 선수도 미국에 몇 년 살면 발음이 저렇게 변하는 걸까?


이윽고 나도 미국으로 박사 유학을 가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언어 체계가 잡힌 20대 중반에 간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미국에 오래 있어도 현지화되지는 않을 거라고 내심 자신했다.


시간이 흘러 어쩌다 보니 거의 9년 가까이 미국에 거주하게 되었고, 작년에 한국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나도 예전의 박찬호 선수처럼 한국어가 뜻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말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 반 정도는 영어를 쓰고 있었다. (I am 신뢰) 게다가 문화적으로도 많은 차이가 있어서 적응이 쉽지 않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도, 한국도 많이 변해서 한동안은 외국에 온 느낌이었다.


벌써 돌아온 지 어언 1년 하고도 몇 개월이 지나서, 주변에서도 이제는 내게 한국 패치가 충분히 잘 깔렸다고 인정해 주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는다.


그 와중에 그래도 내가 작년에 와서 느꼈던 낯섦을 기록해 놓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 버릴 테니...


크고 작은 여러 부분에서 많은 차이를 느꼈지만, 그중에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들만 소개하고자 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라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분리수거


먼저 크게 달랐던 것은 분리수거이다. 미국에 살 때는 큰 검은 봉지에 이거 저거 다 넣고 한꺼번에 버렸다. 물론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의 구분이 형식적으로는 되어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환경 미화원 분이 수거함에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을 한꺼번에 담아서 치우시는 걸 보고 재활용의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다. 종이, 비닐, 캔, 유리, 스티로폼, 플라스틱... 구 마다 종량제 봉투도 다르고 음식물 쓰레기의 종량제도 따로 있다. 또한 페트병을 버릴 때 라벨을 떼어서 비닐에 넣어야 한다.

전에는 '아니, 이럴 거면 처음부터 왜 담아 줬냐. 그냥 우물에 가서 길어 먹는 게 편하겠네.' 등의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다 환경을 위한 것이니 이 정도는 감수하자, 고 생각한 후로는 많이 익숙해져서 이제는 재활용을 일반 쓰레기에 버리면 무거운 죄책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한 번은 서울 근교로 나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는 큰 쓰레기통에 다 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이게 혹시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아니라 대도시와 아닌 곳의 차이는 아닌가 싶다. 미국에서 살 때는 주로 (사슴이 나오는) 시골 지역에 살았고, 한국에서는 서울에 살아서 느끼는 차이인 것 같기도 하다.


출처: Amazon, 위드리빙


Small talk & smile


처음 미국 갔을 때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말을 걸어서 너무 당황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카페에서도, 교실에서도, 복도에서도...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웃으면서 하이!라고 하는 게 굉장히 어색했다. '쟤 나 아나?' 싶은 생각부터 들었다.


2-3년이 지나고 나니까 그러한 문화에도 익숙해졌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나 아파트 복도에서 내가 먼저 스몰 톡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로 날씨 등 가벼운 주제를 나누게 된다.


스몰톡 문화에 익숙해진 후에 생각해 보니, 이것도 어찌 보면 일종의 기싸움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친절하게 해 주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나는 너에게 쫄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외향적이며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고 당당하다'를 보여주는 게 중요한 사회 같다.

(특히 동양인의 경우는 먼저 말을 유창하게 해야 영어 못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나름의 인증이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이민자의 나라이다 보니...)

비슷한 맥락으로 미소를 짓는 것도 중요하다. 이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하얗고 고른 치아에 아름다움의 점수를 많이 주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후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런 습관을 떨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항이나 택시에서는 물론이고, 아파트에서 자꾸 둘이 있으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게 되었다.

어르신들께서는 오히려 좋아하시면서 잘 받아주었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민망했다. 물론 지금은 많이 자제하고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 또한 도시와 시골의 차이도 있다. 같은 미국이라도 대도시 다운타운으로 놀러 갔을 때에는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도 서로 말도 잘 안 건다. 또 추운 지역보다 따뜻한 서부 사람들이 서로 더 활발히 인사하는 경향도 있다.)


교육/문화 수준


미국은 자유의 나라라서 한국에 비해 많이 제재가 없고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사람들 간의 교육/ 문화 수준이 정말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

아주 똑똑한 사람들은 정말 천재적으로 세계를 이끄는 상위 2%가 되지만, 그 반면에 교육의 기회조차 쉽게 얻을 수 없는 사람의 수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는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교육과 문화 수준이 높은 편이다. 그 이유로는 의무교육 제도와 높은 교육열, 또 학생들을 배려해 주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학창 시절에는 학생이니까 공부하는 게 너무 당연해서 그걸 잘 못 느꼈는데, 여러 다른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돌아와 보니, 우리나라 시스템이 공부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배움을 장려하고 있다는 것이 크게 느껴졌다.


외모


인천 공항에 들어섰는데 왜 이리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특히 어떻게 피부가 다 저렇게 좋을 수 있을까 싶었다. 화장뿐 아니라 패션이나 스타일 등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


우리나라의 BTS와 블랙핑크 및 K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한국의 뷰티 산업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나도 많은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 화장품 뭐가 제일 좋으냐, 한국에 갔다 올 때 이 한국 제품을 사다 줄 수 있냐 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BTS와 블랙핑크 (출처 BBC)


이외에도 소소하게 다른 점, 또는 예전에는 너무 익숙했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다른 각도로 보이는 것이 많았다.

이렇게 색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쯤 내가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생활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제 거의 익숙해질 때 즈음 다시 미국에 가면 어떤 느낌일지 또 궁금하다. 유학 시절 당연한 것들이 새롭게 보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500% 상승한 그때 놓친 주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