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무명이기에 누리는 자유
거리를 걸어도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작업을 해도, 옆 테이블 사람들은 내가 가수인지 모른다. 동네 마트에서 장을 봐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해도,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이게 나의 일상이다. 그리고 이 일상 속에서, 나는 무명이기에 가능한 자유들을 발견했다.
유명한 가수들의 삶을 보면 각자의 무게가 있다는 걸 느낀다.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에도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다. 좋은 댓글만 있는 건 아니다. 악플도 있고, 루머도 있고, 사생활이 침해당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롭다.
내가 무엇을 입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든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는 각자의 무게와 자유가 있다.
나는 무명이라는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선택했다.
무명이기 때문에 음악적으로도 자유롭다.
대중의 기대를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앨범은 전작보다 못하다", "예전 스타일로 돌아가라" 같은 압박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내가 쓰고 싶은 가사를, 내가 부르고 싶은 멜로디를 선택할 수 있다.
메이저 톤의 밝은 발라드를 부르고 싶으면 부르고, 마이너 톤의 애절한 발라드를 부르고 싶으면 부른다.
누가 "발라드는 슬퍼야 한다"거나 "너무 어둡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실험적인 편곡을 시도해보고 싶으면 시도한다. 차트 순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
물론 수입은 없다. 음반 판매로 생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하며 음악을 병행한다.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음악이 좋아서 하는 일이 되었으니까.
무명 가수로 산다는 건,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는 일이다.
"왜 음악을 하는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그럴 때마다 답은 명확하다. 나는 노래가 좋다. 가사를 쓰는 게 좋고,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게 좋고,
어쿠스틱 기타 연주 하는 것도 너무 좋다. 녹음실에서 내 목소리가 완성되어 가는 걸 듣는 게 좋다. 그게 전부이고, 그걸로 충분하다.
무명도 하나의 위치다.
정상에 오르는 사람도 필요하고, 중간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나처럼 불려지지 않는 이름으로 조용히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모두가 정상에 오를 순 없고, 모두가 유명해질 순 없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하면 된다.
누군가는 내 노래를 듣고
참 좋다고 말한다.
요즘 내 유튜브 채널에 구독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올라온 댓글 하나하나를 읽을 때면 정말 행복하다. "목소리가 좋아요", "분위기가 있어요", "이 노래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같은 댓글들. 그 댓글을 남겨준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낀다.
나는 무명 가수다.
그리고 노랫말을 짓는 작사가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혹은 나에게 주어진 자리다. 이 자리에서 나는 오늘도 노래를 부르고, 가사를 쓰고, 음악을 만든다. 무명이라는 자유 속에서.
유명하지 않아도, 부유하지 않아도, 나는 가수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