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웨이브는 1980년대를 어떻게 그리는가
*시즌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기묘한 이야기 >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호킨스라는 작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을 다룬 SF 스릴러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답게 그 시절의 히트송을 사용하기로 유명한데, 최근 화제가 된 케이티 부시와 메탈리카는 물론 마돈나, 신디 로퍼, 폴리스, 토토, 클래시 등 80년대를 휩쓴 영미 뮤지션들의 노래가 마구 튀어나온다.
드라마의 진짜 백미는 오리지널 스코어에 있다.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압도적인 무게감을 자랑하는 오프닝 ‘Stranger Things’와 미제 사건을 해결해가는 사총사(마이크, 루카스, 더스틴 그리고 윌)의 테마곡 ‘Kids’를 기억할 것이다. 이처럼 < 기묘한 이야기 >를 상징하는 음악은 야마하 DX7이 주조하는 80년대 신시사이저 사운드의 복각판인 ‘신스웨이브’ 장르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다.
그럼 왜 하필 신스웨이브일까. 신스웨이브는 1980년대의 신스팝(뉴 로맨틱스)과, 일렉트로닉에 뿌리를 둔 장르다. 통통거리는 전자음과 공격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는 이 복고주의 음악은 80년대의 시대정신이 아닌 당시 사람들이 동경하고 경계했던 “멋진 신세계”를 지향하기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신스웨이브는 주로 8-16비트짜리 픽셀로 묘사된 사이버펑크 이미지, 즉 ‘과거가 상상한 미래’와 부합하는데, 이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스릴러 장르를 표현하기에 최적의 사운드가 아닐 수 없다.
시리즈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한 카일 딕슨과 마이클 스타인은 낭만과 절망이 혼재하는 호킨스를 묘사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이 두 가지 컨셉의 신스웨이브를 모두 채택했다. 가령 시즌1 삽입곡 중 낸시의 설레는 학교생활을 암시하는 ‘Nancy and Barb’의 은은한 신스 리프는 휴먼 리그의 ‘Don’t You Want Me’와 결을 같이하며, 낸시와 스티브가 학교 복도에서 키스할 때 흘러나오는 ‘A Kiss’는 로맨틱한 칩튠 사운드로 80년대의 청춘을 그린다. 작품은 뿅뿅거리는 비디오 게임 음악과 신스팝을 매개로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탁월하다.
한편, 호킨스에 어둠이 찾아오거나 인물의 불안한 심리가 묘사되는 경우에는 쨍한 신시사이저(반젤리스의 'End Titles'와 해롤드 팔트마이어의 1985년 히트곡 'Axel F'를 생각해보자) 사운드가 들린다.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테마곡 ‘Stranger Things’와 윌이 다른 세계의 존재를 감지하며 느끼는 두려움을 모티프로 한 ‘William’은 영화 < 블레이드 러너 > 사운드트랙의 디스토피아적인 신스 멜로디와 반복적인 베이스로 긴장감을 쌓아간다. 시즌4의 능력을 잃은 엘이 롤러장에서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홀로 우는 장면에선 행성의 소리와도 같은 기계음과 80년대 스타일의 성가대 샘플까지 등장하는 앰비언트 트랙 ‘In The Closet’이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그의 세상이 무너지는 효과를 나타낸다.
원래 세계와 뒤집힌 세계,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하는 호킨스는 신스웨이브가 내포하는 1980년대의 양면성과 닮아있다. 제작진은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아포칼립스 적인 소재와 로맨티시즘을 동시에 그렸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모두 지향하는 장르를 택함으로써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 기묘한 이야기 >는 매체의 형식을 뛰어넘어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