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다!
저는 아무리 스스로 ‘난 좋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그걸 증명할 길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최소 범위는 나의 가족, 친구이고요. 가능하다면 그 외의 사람들도 포함이 되면 좋죠. 대상을 양적으로 넓힌다 해도 온 인류를 사랑할 수는 없고, 질적으로 좋은 정도를 높인다 해도 다정하기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사람을 대하는 예의를 지키고, 딱 한 번만 더, 딱 한 단계만 더 친절하게 대해주면 됩니다. 사람마다 좋은 사람에 대한 정의는 다르지만, 범위를 좁히더라도, 거절을 잘하더라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참 많은 곳에서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친절할 필요 없다고, 좋은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사실 그 이야기들에는 많은 시나리오와 전제 조건이 있지만, 어쩐 일인지 그런 것들은 깎이고 깎입니다. 그리고 남은 메시지는 ‘불친절해도 된다’가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죠. 남들에게 친절하다는 것이 나 자신에게 불친절한 거라는 등식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나에게 폐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면 불친절할 이유는 없습니다. 불친절에는 에너지가 들고 부작용도 따를 수 있으니까요.
저는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건 몰라도, 친절하다는 이미지는 있는 것 같아요. 건너 건너 모 부장님이 칭찬하시더라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사실 요즘 여러 이슈로 에너지가 많이 줄어서 예전보다는 덜 친절한 것을 스스로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철학은 ‘가능하면 남들에게 친절하게, 좋은 사람이 되자’입니다.
회사에서는 일만 잘하면 된다고요? 어쩌면 사람을 대하는 것이 그 ‘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긍정적으로 상호작용 하도록 기여하는 것이 일이에요. 사람의 됨됨이와 일에 대한 칭찬의 경우를 나눠보면 아래와 같이 네 가지가 됩니다.
사람은 좋은데 일은 못해
사람도 좋고 일도 잘해
싸가지 없는데 일도 못해
싸가지 없는데 일은 잘해
이중 마지막, 싸가지 없는데 일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일을 정-말 잘해야 합니다. 웬만큼 해서는 안 되죠. 사람은 좋은데 일은 못한다는 말은 보통 어순이 바뀌곤 합니다. 일은 못하는데 사람은 좋아.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고 하니, 사람이 좋으니,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자는 의도가 담긴 대사라고 할 수 있어요. 일을 눈에 띌 만큼 못하는 게 아니라면,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는 인성이 더 중요합니다. (음, 물론, 일을 너무 못하면 인성이 아무리 좋아도 악의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만...) 인사 잘하고, 내가 부탁할 때는 공손하게, 어차피 해주게 될 일은 친절하게 응대하고, 똑같은 말이라면 웃으면서 이야기하고요.
다른 사람들이 불친절하다 싶을 때 나는 친절한 사람으로 남는다면, 그건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기회를 노리고 친절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친절한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내가 대하는 사람들이 나를 친절하게 대하고, 내가 그들을 친절하게 대할 때 내 하루가 친절해지는 법이니까요.
친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