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회사 일과 사람들이 자꾸 꿈에 나온다. 예전에는 그나마 몇 안 되는 꿈도 좋은 동료들과 하하 호호 좋은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문제가 생기는 꿈을 꾼다. 입사한 지는 6년 차. 영업지원, DX TF와 팀에서 일한 후 전략 TF를 거쳐 마케팅팀으로 오면서부터다. 꿈에서 자꾸 상무님한테 혼나고, 애써 오픈한 프로모션에 오류가 난다. 지난밤에도 네 달간 준비한 프로모션에 오류가 생기는 꿈을 꾸어 토요일의 의무인 늦잠을 지키지 못하고 일찍 눈을 떴다.
우리 팀장님, 기획팀장님, IT운영 팀장님이 참여 인증샷을 보내주셨다. 이벤트에 필요한 I/F를 개발해 주신 매니저님도 다행히 문제없이 오픈되었다고 메시지를 남겨주셨다. 카카오톡 너머 감사의 절을 받으셨는지 모르겠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마케터를 뽑지 않고 제너럴리스트를 뽑아 마케팅팀에서 일을 시킨다. 나 역시 영업마케팅 본부원으로 들어왔다. 아무거나 시키는 일을 하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마케터로서는 올해가 1년 차인데, 새로운 지식을 일이 닥치는 대로 습득하고 있어 정신이 없다.
마케팅은 다채롭고 재밌다. 장르만 로맨스가 아닐 뿐, 상대의 마음에 침투하는 방법을 익히고 실행하는 거니까 흥미롭다. 그런데, 마케팅만큼 감 놔라 배 놔라 하기 쉬운 일도 없는 것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마케팅의 대상이 되어서 그런 걸까? 뭐 하나 하겠다 하면 다들 한 마디씩 한다.
"그거 효과 있는 거 맞아?"
"별로인 거 같은데. 마케터로서 고민이 부족한 거 아니야?“
"열심히 안 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방법이 잘못된 거든가"
"간절하지 않은 거 아니야?"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
'내가...? 고민이 부족...? 간절하지 않...?'
한참을 곱씹다가 이내 떨쳐버렸다. 아니, 사실은 이 대사들이 아까 그 꿈에 나왔다. 함부로 확신하는 걸 두려워하는 편이지만, 지금 우리만큼 간절한 사람들이 이 회사에 없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래서 너네가 잘한 거냐고 물어보면, 입 꾹 닫고 고개 숙일 수밖에 없지만. 마케팅의 숙명인가?
마케팅에 왕도가 어디 있나 싶다. 광고 한 번 해서 사람들을 무수히 많이 데리고 올 수 있다면, 왜 안 하겠어? 그 대신 비싸겠지. 지속성이 없을 수도 있고. 연애로 친다면, 마케팅은 짝사랑과 비슷한 듯하다. 어필도 하고, 구애의 춤도 추고, 플러팅도 하고, 그러다가 스며들고 선택받는 거지. 첫눈에 반하는 운명 같은 순간은 사람 사이에는 일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고객과 제품, 고객과 서비스 사이에는 일어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인앱 프로모션, 온라인 광고, 솔루션 도입, 성과 측정, 브랜딩 등등을 맡고 있는데, 오늘도 하루종일 프로모션 이벤트가 멀쩡히 돌아가고 있나, CS 메일이 오진 않나, 가입자 수와 접속자 수는 어떻게 되고 있나, 몇 명이 참여하고 있나, 수시로 앱을 들락거린다. 아직까진 나쁘지 않은 듯. 월요일에 회사에 가서 마케팅 수신 동의 고객님들께 문자나 앱 푸시도 보내야겠다.
아까 연애에 비유해서 그런가, 이런 시상(?)이 떠오른다.
잘 돼라(짝) 잘 돼라(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