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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무사 Feb 09. 2023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근로자일 뿐이고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회사에서 일할 때뿐만 아니라 노무사로 일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망각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제가 "조직에 소속된 근로자"라는 것입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인사팀에서 일했기 때문에 회사와 스스로를 동일시하면서 회사에 피해 입히는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어떻게 하면 회사가 더 좋아질지 고민하였습니다. 지금은 법인에 소속된 노무사로서 자문사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노동법을 준수하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자문하고 있죠. 저 역시 근로자인데 회사를 위해서만 일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일이 참 많았습니다. 그게 싫어서 전문직이 되었는데 여기서도 스트레스받고 일과 사람 때문에 무기력해지고 똑같은 삶을 살고 있네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가 없이 회사에 종속되어 일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합니다. 전문직종인 의사, 변호사라도 개업해서 자기 사업을 영위한 것이 아니라면(소속된 곳에서 일한다면) 근로자에 해당합니다. 저 역시 근로자이고요.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왜 일하시나요?


“왜 일하는가”의 작가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은 내면을 단련해 인격을 쌓는 과정이며, 수행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정말 그래서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회사에서 일하면 나도 성장할 것 같아서 일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게 됩니다.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모든 금품입니다. 임금을 목적으로 일한다고 하는 것은 너무 노골적이고 불편한 마음이 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그래서 일의 목적을 삶의 의미와 연계시키기도 하고, 더 큰 비전을 위해 지금의 어려움을 참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며, 근로자가 일을 하는 1차적 목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도 무보수라면 지속할 수 없고, 좋은 사람들이 있어도 그 좋은 사람들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는다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임금 수준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나타내고, 임금 결정 기준은 회사의 정책을 신뢰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기본이 됩니다. 저 역시 일하지 않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더 좋은 사람이지만 임금이 아닌 일 자체가 좋아서 회사를 선택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근로자에게 임금이 중요한 이유


근로소득으로 부자가 될 수는 없는 세상입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직장인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죠. 다만 근로소득은 정년이 될 때까지 안정적인 삶을 보장합니다. 매 월 지정된 날짜에 정해진 월급이 나온다는 것만큼 안심되는 일도 없는 것 같아요. 회사 생활이 지치고 힘들어도 쉽게 퇴사할 수 없는 것은 생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급여가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보람, 성장하는 느낌 등이 좋아서 퇴사하지 않는 분들도 분명 있습니다!



회사에 임금이 중요한 이유


사회교환이론(Social Exchange Theory)(Blau, 1964)에 따르면 직원은 자신이 받은 보상만큼 조직에 대한 의무감을 형성하는 교환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조직에서 혜택을 받았을 때 직원은 의무감을 형성하고 그에 상응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이론인데요. 기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조직에 형성된 호혜관계는 훼손되고 의무감 역시 형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직원의 기여에 따라 성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호혜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자신의 기여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바로 불공정성을 느끼는 세대도 많아졌습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책임감 때문에 밤 11시에도 자문을 놓지 못하고 판례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므로 임금은 지급되지 않죠. 무엇 때문에 일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제가 근로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됩니다. 근로자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회사가 괴로울수록 자신의 근로의 대가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근로자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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