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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무사 Jul 06. 2023

직업인의 기본, 책임감

근로기준법 제5조(근로조건의 준수)

작년 여름, 아이의 유치원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곤충체험>을 진행했습니다. 아빠랑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아이도 아빠도 즐겁게 체험을 하고 왔습니다. 곤충체험을 진행해 주신 교수님이 선물로 장수풍뎅이 유충을 선물로 주셨어요. 한 2주가 지났을까요? 그늘에 놓아두었더니 유충이 정말 장수풍뎅이가 되어 나타났습니다.(사실 전 바퀴벌레인줄 알고 꺅 소리를 질렀네요.) 아이는 장수풍뎅이에 관심이 없었고, 신랑은 평일에 집에 없었습니다. 결국 장수풍뎅이 젤리 주기, 물 뿌려주기는 제 몫이 되었죠. 장수풍뎅이는 정말 잘 먹더라고요. 하루에 젤리 하나를 꿀꺽하고 밤만 되면 배가 고픈지 푸드덕푸드덕 시끄러운 소리를 냈습니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풍뎅이가 배가 고플까 봐 걱정되어 혼자 일어나서 젤리를 놓아주고 흙이 건조하면 물도 뿌려주었죠. 장수풍뎅이가 젤리 두 봉을 다 먹어갈 때쯤 포기 선언을 했습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 차라리 방생을 해주자, 풍뎅이도 우리 집에서 갇혀 있는 것보다 낫겠지. 차를 타고 파주에 가서 숲이 우거진 나무에 풍뎅이를 놓아주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괜히 걱정이 되더라고요. 원래 살았던 곳을 찾아주었어야 했을까? 바로 죽었으면 어쩌지? 괜히 방생을 했나 끝까지 키웠어야 했나? 이 에피소드를 친한 선배들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저 곤충한테 정이 들었나 봐요. 풍뎅이가 너무너무 걱정되었어요.”

“정이 아니라 책임감이지, 그 망할 놈의 책임감!”


책임감, 맞습니다. 망할 놈의 책임감. 저는 제가 아니면 풍뎅이를 챙길 사람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죠. 아이는 곤충을 안 좋아하고, 신랑은 늘 집에 없으니까요. 풍뎅이는 저에게 어떠한 애정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풍뎅이를 놔주면서도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나 봅니다. 책임감에 대하여 글을 쓰려다 멀리 와버렸네요. 


근로자와 사용자는 각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을 지키고 성실하게 이행할 의무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5조



근로조건의 준수 주체


근로조건을 준수하는 것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맺은 근로계약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근로조건은 임금, 휴가, 휴일, 복리후생 등을 의미하는데요. 우리는 쉽게 근로조건 준수의 주체가 회사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 휴가와 휴일을 부여하는 주체가 모두 회사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근로계약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다양한 회사를 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근로자에게도 근로조건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책임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노무사가 되고 다양한 인사노무 사례를 직접 경험하게 되는데요. 분명히 회사에서 근로계약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준수하지 않거나 근무에 태만하여 다른 사람에게 악영향을 주거나 심지어 그냥 출근하지 않고 잠적해 버리는 사례까지 존재합니다.



'나'에 대한 책임감 갖기


책임감을 운운하면 꼰대가 되어버리는 세상입니다. 책임감의 사전적 의미는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하네요. 책임감은 내가 맡은 일, 나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입니다. 내가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것은 결국 회사를 위한 일이 아닌 나를 위한 일인 것이죠. 경험이 자산이라고 하죠. 일을 해내는 과정은 참 고통스럽습니다. 왜 회사를 위해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저도 생각해 본 적 있습니다. 열심히 해도 회사가 잘되는 것일 뿐 내가 잘된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못했죠. 지나 보니 결과가 회사에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일을 해낸 과정에 대한 경험은 회사가 체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자신에게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죠. 최근에는 경험이 독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긴 합니다. 어쨌든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직원은 근로제공이라는 주된 의무 외에도 성실의무라는 부수적 의무를 부담합니다. 다른 회사에 겸직하지 않으며, 회사의 영업비밀을 누설하지 않아야 하죠. 나열하지 않아도 하나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죠. 그게 직업인으로서의 시작이고 자산이 되는 경험을 쌓는 과정일 것입니다.



최근 직원의 무단결근, 무단퇴사에 대한 자문이 많았습니다. ‘그만둔다’ 한마디가 참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10년을 다녔던 회사를 그만둘 때에도 3개월 다닌 회사를 그만둘 때에도 끝은 참 어렵더라고요. 그렇다고 회피할 수는 없죠. 마음의 결정이 되었다면 퇴사를 통보하면 그만이고, 인수인계만 잘하면 회사와 나의 관계는 끝이 납니다. 회사가 참 싫어도 회사는 회사일뿐입니다. 무단결근, 무단퇴사했던 사실이 회사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내 마음만 불편하며, 지금의 작은 행동 하나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근로조건을 준수해야 하는 주체는 회사와 직원 모두입니다.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에게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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