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jinsoil Apr 11. 2024

공예 육수론

20240411

유튜브를 통해 최근의 힙합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생겼는데 과거 기억하는 힙합은 장르적 특징이 명확하고, 랩과 비트, 그리고 저항 정신이 강조되는 음악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힙합은 내 기억과 상당히 달랐는데, 음악적 구성이나 뮤직비디오의 내용을 이해하기에 어려웠다. 이런 현대 힙합에 대해 어떤 사람은 지금의 힙합은 장르가 아닌, '향신료'와 같다고 말했다. 나는 이러한 표현에 공감하며, 힙합이 단순히 음악 장르의 역할을 넘어, 다른 창작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힙합이 장르로서의 정통성을 내려놓고, 그 경계가 점차 희석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공예에도 적용해 생각해 보았는데 만일 공예가 힙합처럼 다양한 분야에 '육수'와 같이 깊이 스며들 수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동안 공예가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서 정통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으나, 사실 그것은 내가 속한 공예가 스스로 자립하지 못한다는 것은 반발심에 가까웠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공예는 그러한 한계에 묶여 있지 않다. 모든 분야에는 공예적 요소가 존재하며, 이는 공예가 모든 영역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예의 가치는 사용되는 소재와 그 소재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그것을 쓰임으로 풀어내는 것에 있다. 그중 공예의 쓰임을 공예품과 같은 물건으로서가 아니라 공예로써의 쓰임으로 확장한다면 힙합이 향신료가 된 것처럼 공예는 모든 음식에 베이스가 되는 육수가 되어 모든 문화의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공예가 단일한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 더욱 풍부하고 다층적인 예술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를 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