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4
최근 흙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흙과의 줄다리기에서 세게 당기면 작업은 관성적으로 변해버리고, 너무 힘을 빼면 무너진다. 흙은 무너지고 싶은 걸까? 때로는 흙이 너무 따라와 줘서 왜 이래? 하며 일부러 밀어내기도 하는데 이제는 그조차도 관성이 되어간다.
배우고 연습하던 시기에는 흙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겼다. 내 의도대로, 생각대로 흙을 다루며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 길은 단순히 '이기는' 것에 불과했고, 너무나 명확하고 쉬운 방식이었다.
최근에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업을 보고 왔다. 그분이 자연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이 느껴졌고 내가 어느새 타성에 젖어 관성적으로 작업하고 있단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흙을 대하던 방식이 떠올랐다. 그것이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나다 그것으로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