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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페티 Oct 28. 2021

아이가 아파요, 데리러 와주세요.

처음으로 아이가 아프다



오늘 아침..


굿모닝. 사랑해 우리 딸 잘 잤어요~? 하고 안아보니 평소보다 몸이 뜨거운  같아 열을 재보니 37.3.

출근은 해야 해서 아이 상태를 잘 지켜봐 달라고 말씀드리고, 등원시킨 지 3시간 만에 열이 38.8도까지 올랐다고 전화가 왔다.


아이가 아파요, 해열제를 어린이집에선 먹일  없어요. 빨리 와주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빠르게 해야 할 일들은 챙기고, 동료에게 부탁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눈물이 마구 났다.


돌도 안 지난 너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을 시작한 게 나의 모든 잘못인 거 같고.. 가는 도중에 열이 더 올라서 경련을 일으키진 않을지 걱정이 너무 돼서 운전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차로 40분 거리 나의 출퇴근 거리는 오늘따라 더 더 멀게만 느껴졌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오열하다 못해 토하고 기운 없이 축 늘어져있는 아이를 보니 정말… 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는지 알 것 같았다. 남편이 아파도 속상한 마음은 들었지만, 아이가 아픈 모습을 보는 마음은 정말 다른 결이었다.


축 늘어진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고 병원으로 가는 내내 기절하는 건 아닌지 거울로 계속 확인했다.

무사히 병원에 도착하고 진료받아보니.. 아이는 파라 바이러스가 요즘 유행이라고.. 목이 붓고 열이 높은 게 파라 바이러스인 듯 싶다고 한다.


집에 와 약을 맥이고, 재우고.. 한숨이 푹..


나는 복직한 지 이제 두 달 찬데

백신 접종에 아기 아픈 것에 이래저래 벌써

연차가 반이나 사라졌다.


며칠은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데 아이가 아픈데 아이 걱정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  

하지만 일을 쉴 순 없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니까. 참 아이러니하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을 벌려고 하다 보니 아이가 아프고,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이게 맞는 걸까?


같이 돈을 벌어야 할 만큼 우리가 가난한가?

생각해보니 여유 있진 않다. 저축과 대출을 위해선 맞벌이가 답이다.


주변에 아이 맡길 곳 없이 맞벌이를 한다는 것,

나의 경력을 포기하지 않고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 정말 어렵다.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38.2도 여전히 아이의 열은 높다.

나의 마음속 무게는 38.2톤.



잠시 이런저런 걱정은 미뤄두자

얼른 낫자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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