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몰고 질주하는 축구 선수의 정강이를 향해 태클을 날리면, 곧바로 레드카드를 받게 된다. 스터드를 세워 발을 뻗었다면 추가 징계도 피할 수 없다. 레드카드를 받는 이유는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동업자 정신’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스포츠맨십’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동업자 정신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의 배려’를 의미한다. 같은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라면, 악의적인 태클로 상대 선수가 부상당할 경우 그 후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남은 경기를 운동장이나 벤치가 아닌 병원에서 보내야 할 수 있고,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중단되며, 심한 경우 선수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살인적인 반칙을 저지른다면, 더 이상 선수로서의 자격이 없다.
동업자 정신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발휘되어야 한다. 자신이 내뱉은 비방적인 말이나 부당한 업무 지시, 상사로서의 추악한 행위가 상대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잘 알고 있다. 상대방의 하루가 엉망이 되고, 쌓아온 커리어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아무리 직장이 ‘자기 새끼 먹여 살리기 위해 남의 새끼 죽이는 곳’이라고들 말하지만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은 뒤 문제가 터지자 꼬리 자르기를 당했던 선배가 퇴사하며 팀장에게 던진 말이다.) 존중과 배려를 잃는 순간, 더 이상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경기장과 직장에서 모두, 공정한 플레이와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
오랜만에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봤다. 한 선수가 상대 선수의 거친 파울에 무릎을 붙잡고 나뒹굴었다. 심판이 달려와 레드카드를 치켜들었다. 카드를 받은 선수는 더 이상 이 경기에 뛰지 못한다. 올바른 판정이다.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선수는 사라져야 한다.
안타깝지만, 직장보다 경기장이 훨씬 낫다고 느꼈다. 직장에선 태클한 사람과 카드를 내미는 사람이 똑같으니까. 동업자 정신은 언제쯤 느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