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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굴비 Oct 02. 2015

아인과 나

유아인, 당신은 언론재벌이야

아인과 나


  아인, 유아인,  너의 이름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 당신은 나의 앞길을 막고, 얼굴에 물을 뿌리고, 담배심부름을 시키겠지. 그러면 나는 울면서 집에 돌아와 타자기로 너를 털며 정신승리를 할 거야. 지난 SBS 예능 필기시험은 나의 첫 시험이어서 몰랐었다. 하지만 두 번째 채널A에서도 ‘유아인’이 글의 주제로 나온 순간, 나는 의심을 가졌지. 모두가 너를 대세라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당신은 실세야, 모든 방송국들을 정복한 언론재벌. 일부 무지몽매한 안경잡이들이 정부가 언론을 장악한다고 발악하는데, 완전 헛다리를 짚었다고 볼 수 있지. 안 그래, 아인?


  아인, 눈치 빠른 너의 충견들이 나를 탈락시켰지만 난 모든 사건을 조사했어. SBS의 S와 B가 ‘사도’와 ‘베테랑’이란 것을, 채널A의 에이가 ‘아인’이란 것을 알았다. MBC는 안타깝게 되었어, 작년 ‘무한도전’이 용감하게도 당신의 출연작 ‘밀회’를 웃기게 패러디했지. 분노한 당신은 MBC에 신입 공채를 막아 MBC의 평균 연령을 확 올렸어. 당신이 ‘소신발언’을 쓰는 글 중독자인 것과 관심받기 좋아하는 SNS 스타라는 사실은 왜 작문시험에 ‘유아인’이 나왔는지를 알게 하는 증거였다. 수많은 지원자들이 쓴 ‘아인비어천가’를 읽으며 행복할 당신이 떠오르는 군, 이 글을 읽는 언시생들은 조심해, 앞으로 남은 CJ E&M, JTBC, KBS 모두 아인의 손아귀니까. 유아인으로 삼행시라도 생각하길.


  아인, 난 친일 인명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아마) 독립운동가의 후손이기에 너의 횡포를 좌시할 수 없었다. 때문에 난 네가 등장한 영화와 드라마를 보지 않을 계획이다. ‘사도’와 ‘베테랑’은 잘되는 꼴이 보기 싫어 안 봤어, ‘깡철이’와 ‘완득이’는 이름이 촌스러워서 안 봤지. ‘장옥정’, ‘성균관 스캔들’도 안 봤고, 안 볼 거야. ‘좋지 아니한가’는 봤는데, 안 봤다고 말하고 다닐 거야. 앞으로 영화 발표회 할 때는 목표 관객에서 –1을 해서 말해야 할 것이야. “999만 9,999명의 관객을 원합니다.” 어때, 다리가 벌벌 떨리고, 손이 후들후들 거려서 온몸이 팝핀댄스를 추는 것 같지.


  아인, 지금쯤이면 수많은 무명배우들이 이름을 ‘유아인’으로 바꾸고 싶어 안달일 거야. 나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에 김 씨라 절대 그렇진 않을 것이지만, 현실이 그런 걸. 나는 아쉬워. 물론 ‘갑을’관계가 만연한 사회에서 나 같은 ‘병정’들은 시키는 대로 해야지. 하지만 가장 깨어있다고 생각한 방송사들이 유행에 맞춰, 짧은 시간에 사람을 가두고 뭔가를 만들라고 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래서 SBS에서는 “PD 시험을 보러 왔는데, 요리 시험을 하고 있었다. 이게 말이 돼?”란 내용으로 글을 썼지. 요리는 비유였고 상황에 대한 메타담론을 쓴 것이었는데, 언론고시 카페에 올렸더니 주제가 없다네. 반은 맞는 말이야. 글에는 주제가 있지, 하지만 난 내 주제도 모르고 지금 너에게 덤비고 있다.   


  아인, 너를 피해 살고 싶다. 하지만 영화관에는 너의 포스터로 넘쳐나고, TV에도 심심치 않게 출연하고, 네가 모델인 가게 안에서 나는 시각장애인처럼 다녀야만 해. 이게 다 너의 부하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겠지. 우리는 본디 창조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미디어 ‘산업’, 방송 ‘산업’, 영화 ‘산업’에서 나사를 조이는 찰리 채플린이 되어야 해. 유행 따라 무언가를 마구 생산하다가, 유행이 지나면 전량  폐기되는 거니까 ‘예술’이 아니라 ‘산업’이 맞는 말이야. 시대는 영화와 방송을 멋진 챙이 달린 나들이 모자에서, 기저귀로 변모시킨 것 같아. 가격이 싸고, 많고, 다 싸면, 버리지. 그런데, 애들이 참 좋아해.  


  아인, 올해 당신은 30살이야. 요즘은 백세시대라고 하니까 남은 70년 동안 우리는 부딪히고, 서로를 무시하겠지. 하지만 고소는 말아줘. 나는 돈이 없으니까, 돈을 벌려면 또 너의 부하들의 시험장에 갇혀 ‘아인비어천가’를 써야 하니까. 그러다가 떨어지면, 울면서 집에 돌아와 타자기로 왜 내 조상님은 ‘유씨’가 아닌 ‘김씨’였는가에 대한 글을 쓸지 몰라. 나를 불쌍히 여긴다면, 방송사, 그래 너의 부하들에게 전해줘.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어려운 것이 아니야. 나 같은 경우는 싸구려 자판기 커피와 20분의 산책시간만 주면 돼. 작업 공간 분위기만  전환되어도 우리는 기저귀 신세를 면할 수 있을 거야. 유행에 민감하면서 피로한, 시청자나 관객들이 장기적으로 원하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


1. 2015 SBS 필기 기출
유아인 VS 백종원, 에그 베네딕트 VS 홍어 삼함 ... 등등 10개 키워드 중 5가지를 골라 연계성있는 이야기를 작문하시오.

2. 2015 채널A 필기 기출
유아인의 냉장고에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나왔다. 어젯밤 꿈을 스토리텔링 하시오.

- 장난이구요 유아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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