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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EL Jul 18. 2023

치앙마이 Ombra Caffe에서.

진정 여유를 느끼자 글을 쓰고 싶어졌다.

엄마와 방콕에서 3박 4일을 보내고 치앙마이로 넘어왔다. 국내선을 타고 치앙마이로 넘어오기전 급하게 공항에서 숙소를 예약했다. 위치는 마야몰과 원님만 부근에서 걸어서 10분정도였지만, 근처에 늦게까지 하는 식당이나 카페들이 많아서 숙소는 지내기 편했다. 하루에도 몇번씩 머리 위로 쓕쓕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면 소음이라기보단, 신기하고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호텔 1층은 치앙마이 대학교 학생들이 자주 오는 24시간 카페 겸 숙박객들이 조식을 먹는 곳이라 적당히 북적거려도 안전한 느낌. 다만, 치앙마이의 가로수길이라는 님만해민도 길가 위생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하루에 한번 바퀴벌레 혹은 쥐를 꼭 봤었으니. 우기때문에 더 자주 보일거라고는 하지만, 불교 국가라 살생을 하지않는다며 퇴치하려는 노력도 안하는듯 하다. Nomad list에서 치앙마이의 food safety를 보면 bad라 되어있는데 대마초 허용보단 위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듯 해보인다. 도보도 울퉁불퉁하고 깨진 곳들이 많아서 아래를 보며 걸어야하고 발목 조심해야한다. 한국에서 디폴트였던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은 다 오랜기간 노력으로 일궈낸 것이고 타지에서는 기대하면 안된다.


며칠전 마야몰 4층 푸드코트에 처음 간날, 바로 옆 화장실에서도 큰 바퀴벌레를 봤는데 밤이면 어디에서 활동할지 뻔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야몰, 센트럴같은 대형몰에서 간간히 바퀴벌레를 봤다고 하니,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이 나라에서 한달살이를 하려면 쥐나 바퀴벌레에 무덤덤해지는게 우선인듯하다.



어제는 님만해민의 숙소에서 산티탐의 호텔로 옮긴 날이었다.

산티탐은 한국인들이 한달살기 지역으로 많이 선택하며,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라고 했다. 산티탐에서 받은 첫 느낌은 차도와 도보의 경계가 없다는 것. 오토바이 옆에 리어카를 달고 다니는데, 팔 옆에서 쓱 지나갔을 땐 너무 놀랐다. 님만과는 다르게 카페도 저녁 6시안에 거의 닫는다. 싼티탐에서의 행동강령은 계속 두리번거리며 차조심 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길가에서 허비하는 시간은 최대한 줄이고, 늦은 시간에는 다니지 않는 게 좋을 듯했다. 한국과 차원이 다른 위생상태에 지치긴하지만, 코로나 3년간 살던 동네의 익숙한 풍경, 맨날 먹던 음식이 더 싫다.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하더라도 느리게 천천히 이 곳을 즐기기로 다짐했다. 식당에 가서도 그냥 눈감고 그냥 음식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산티탐에서의 둘째날, 낙후된 풍경들 사이로 특별할 것이 없는 로컬의 일상, 간혹 보이는 아기자기한 카페, 소품샵을 지나서 'Santitam Breakfast&Chiang Mai Pizza'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했다.

요즘 1일 1똠얌을 하는 중이어서 매콤한 태국식이 땡겼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시킨다는 맑은 등뼈국과 돼지고기 완자를 넣은 죽을 먹었다. 조용하게 팝송이 나오고 모두 혼자 온 외국인 손님들 밖에 없었는데 11시에 아침을 먹는 그들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내일은 여기서 다른 메뉴를 먹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나서 '디지털 노마드들이 많이 오는 카페라 조용하다'는 구글 지도 후기들을 보고서 Ombra Caffe에 왔다. 글쎄. 엄청 시끄러운 외국인 단체손님이 내 뒤에서 2시간 넘게 목청껏 떠드는 중인데 어떤 날에 오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나처럼 노트북으로 작업만 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처음 들어왔을때 중국인 여자애가 해리포터 안경을 쓰고 종이와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었는데 창조적인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 외국인 단체손님이 들어오면서 그 여자애와 나는 바로 짐을 싹 챙겨서 공간을 옮겼지만. 별개로 그간 나는 님만의 숙소에서도, 중간중간 들린 카페들에서도, 마야몰의 캠프에서도 도통 집중이 되지 않았는데, 비로소 이 곳이 조금씩 편해지고 있는 것같다. 조용하면 베스트였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치앙마이에 오고나서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순간이라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브런치 첫 글을 써본다!

'발행'을 누르려는 순간, 그 외국인 무리들이 '배고프다'를 연신 외치면서 캐리어와 큰 배낭을 챙기더니, 큰 봉고차를 타고 간다. 오늘이 치앙마이에서 마지막 날인가보다. 한시의 쉬는 틈도 없이 카페가 떠나갈듯 떠드는 바람에 귀가 아픈 것을 넘어 머리가 아파서 나가려고 하던 찰나였는데 나가고 나니까 카페는 정말 평온하고 아름답다.


근처 맛집 카오소이 매싸이가 4시면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바로 근처에 왔으니 먹어봐야지. 오늘의 대략적인 일정만 정리하고 나가야겠다. 계획은 세우겠지만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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