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너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하지?
감독: 팀 버튼/주연: 잭 니콜슨/1996
왜 미국 대통령은 화성인들이 지구인과 사이좋게 지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지구인은 도도새와도, 코뿔소와도, 심지어 같은 지구인과도 사이좋게 지내지 않았잖아요.
이들에게도 컨트리 음악이 있었다면 멸종하지 않았을까? 아니, 금성인이 쳐들어왔을 것이다.
어릴 때,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본 영화를 가끔 '그게 무슨 영화였지?'하고 떠올렸었다. 두개골과 두피가 없는 외계인, 여자의 머리가 달린 개가 가끔 떠올랐다. 그러다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십 수년간 제목을 알 수 없었던 영화의 이름이 '화성침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는 지구로 침공한 화성의 외계인을 컨트리 음악으로 물리친다는 B급 감성 영화이다. 거부감이 드는 디자인의 외계인이 거부감이 드는 행동을 하고 등장인물들은 무엇인가 하나씩 결여되어 있으며 B급이니까 이 정도는 좀 봐달라고 하는 듯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적을 어처구니없는 무기로 물리친다는 내용은 사실 클리셰라고 할 만큼 많이 보이는 이야기 구조이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상대에게 평화롭게 지내자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는 그 부분을 기망한다는 점이 독특했다.
그리고 그 부분이 그 동안 인류에게, 제국주의 세력에게, 선진국들에게 사이좋게 지내자고 손을 내밀었다가 멸종되거나 멸망해버린 역사 속 많은 생물과 문명을 떠올리게 한다.
2022.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