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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Nov 05. 2021

여성 엔지니어에 대한 고찰


한국에서 나는 대학도, 직장도 모두 남초 사회 안에 속해 있었다. 어렴풋이 기억해 보자면 대학교 때는 여성 비율이 약 20% 정도였고, 회사에서는 나름 균등하게 신입을 뽑는 곳이라 3-40%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다만 보통 보면 입사한 여직원들의 학점, 영어점수, 자격증 등의 스펙이 더 높긴 했다) 남성과 동일하게 경쟁해서 교육을 받고 직장에서도 연봉을 동일하게 받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남녀 차별이라는 것을 살면서 느끼지 못하고 산 것 같다. 이공계가 남성이 유리하다는 학설은 어릴 때부터 남학생이 수학을 더 잘한다고 세뇌되었기 때문에 학습돼서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런데 회사를 쭉 다니다 보니, 어떤 롤모델이 될만한 여성 고위직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초 회사라 비율상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 육아휴직하면서 1-2년 쉬고, 진급 누락되고,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안정성을 위해 지원 부서로 빠지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같은 동기 사이에서도 연봉의 갭이 점점 생기게 되는 것을 발견했다. 보통 카리스마 있고 일 잘하던 여자 선배들은 이 현실을 박차고 (?) 진즉 회사를 나가 다른 것을 도모하는데 이 때문인지 롤모델이 더 없었다. 그래서 사실상 내부에서 롤모델 찾기를 포기했다.

출처: https://www.dreamstime.com/

이런 현실이 영국은  할까 했는데, 이곳도 남녀 차별이 암암리에 존재하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직군 레벨의 남성이 여성보다 연봉을 10%가량  받는데 (나중에 알게  사실), 나는 다행히 여성 임원이 평등하게 적용시키라고 우겨서(?) 동일하게 받게 되었다고 한다. 보통 여직원들이 육아 등의 이유로 어드민이나 지원 부서로 가는 경향도 한국과 비슷하다고 느꼈고, 때문에 프로젝트 회의에 들어가면 보통 90 %가까이가 남성이라 내가 있던 한국 회사 보다 오히려 불균형이 심하다(?) 느낌이 들었다.

그 때문인지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소수 인종을 포함하여 젠더, 성소수자까지 아우르는 Diversity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트렌드다.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자 뭐 그런 취지 같다. 그러고 보면 인정하긴 싫지만 나는 동양의 여성이니 거의 마이너 오브 마이너인 셈이다.


이런 무의식적인 생각이 내 내면에도 깔려 있는 것인지 왠지 ‘더’ 적극적 이어여 하고, ‘더’ 논리적이어야 하고, ‘더’ 뭔갈 잘 해야 한다는 압박이 은연중에 있는 듯하다. 혼자 생각하는 자격지심일수도 있겠지만. 이를테면 미팅에서 나 혼자 동양 여성이고, 99%가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항상 좀 더 논리적이고, 똑부러져 보이려 하고, 주장을 더 세게 말하려 한다. 그래야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무시를 안 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요즘 느끼는 것이 어느 사회나 여성, 특히 엔지니어들은 많이 없기 때문에 뭔가 ‘쎈캐?’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도 그런 여성들이 어느 사회 조직에서나 롱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상대적으로 여성 엔지니어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무엇인가 조금만 더 적극적이면, 더 경력계발이 잘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본 영국에선 그러한 것 같다).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이것도 누군가에겐 블루오션일 수 있다. 직접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세상 어디든 당연히 메이저, 주류가 되는 것이 사는데 좀 더 편하긴 할 것 같은데, 어쩌겠나 나는 아닌걸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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