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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Jan 20. 2022

집에 대한 고찰

최근 아이파크 붕괴 장면은 아주 충격적이었다. 우리도   집에 입주하는 입장으로서 공사 과정을  체크하고 매주 가구보러다니는 와중이었는데뉴스에서 집을 부실하게 지어 별안간 무너지는 광경을 보니 처참하기 그지없다. 삼풍백화점 사건이 거의 30  같은데 달라진게 없는 것인가.  건설업 종사자로서 우리나라의 성급한 문화도 여기 일조한 것이라 생각이 많이 든다.

공사현장에 외국인이 많다는 볼멘소리들이 있는데 솔직히 이건 부실시공의 원인이라기엔 인종 차별적 발언이다. 보통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한국 회사들은 본사와 사업주 담당하는 소수의 한국인 관리직 빼고는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쪽 사람들을 현장 채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부실시공 되도록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중간에 컨설팅하는 유럽의 여러 업체들이 있고 혹은 Joint venture로 들어가는 경우 서로 audit이 가능해 독단적으로 한 곳이 판단 실수하는 것을 막아 준다.

일반적으로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고, 바로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한국 회사들의 경우 눈에 불을 켜고 정말 ‘미친 듯이기간을 줄이려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상하긴 한데  기억에 입사초에 혁신(?) 적으로 공기를 줄인 대리는 상도 받았다. 내가 참여한 아부다비의  프로젝트에서도  자재로 빨리 처리하려고 하다가 결국 나중에 수습하는데 비용이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품질 통과가 안됨). 사업주와 한국 회사 중간에서 일을 하는 외국의 컨설팅 업체 (3) 관여할 경우 의사 결정하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유럽의 규정과 법규를 따르기 때문에 정해진 검토 기간이 있다), 여러 이해 당사자가 끼면 공기를 줄이는 데는 아주 쥐약이다. 다만 이런 절차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제동을 걸리게 한다. 작아도 문제가 될만한 소지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므로써 리스크 관리가   있도록 하게 하는 부분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형식적 절차와 안전 진단 사항은 있으나 이를 ‘객관적으로 봐줄 3자가 거의 없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결국 ‘빨리빨리’ ‘알아서’ ‘적당히한다는 , 하인리히의 법칙이 이번 사태에 정확하게 적용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정말 안타까운 인재다.


현재 영국에 집을 짓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주택에 관해서 비교를 살짝 해보자면, 고객이 얻는 정보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정말 소소한 자재 원산지도 어딘지 고객이 물으면 답을 해준다. 크게는 집 짓는 방법, 구조, 배관, 전기  설계 도면 보고 궁금한 것에 대해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예약하면 시공 현장에 가서 직접 내 집이 지어지는 것을 볼 수도 있어 그런지 담당자와 이야기하며 같이 집을 build up 해 가는 느낌이 많이 든다. 매주 보고받는 리포트에는 이번주 공사를 어디까지 했고, 지연이 됐다면 그 이유, 예상 완공일이 명시된다. 우리의 경우 마당으로 가는 큰 발코니 창틀 납기가 지연되어 2달 미뤄졌다. 완공이 되면 바로 입주하는 것이 아니고 NHBC (National House building council)에서 완성된 집에 대해 최종 확인을 하고 (대략 한 달 정도 소요), 추후 구조적 결함이 있으면 해결이 될 수 있도록 10년 정도 자동적으로 보험 가입을 시킨다. 사유와 과정이 투명하기 때문에 사실 늦어진다고 불만을 가져봐야 내 스트레스만 쌓인다. 그냥  언젠가 들어가겠지~ 재촉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이랄까. 이러한 이유로 이곳에서는 작은 단지 하나 조성해서 대략 200가구 짓는데도 대략 5-6년은 걸리는듯하다. 오래 걸리는 대신 반대로 영국의 집들은 평균 수명이 평균 120년 정도 된다 (기사를 찾아보니 웃기지만 수명이 2000년 되도록 지어야 한다는 글들도 있다). 처음 런던 왔을 때 살던 집이 각각 150년 120년 정도 된 빅토리아식 집이었는데, 오래돼서 난방이 잘 안되고, 단일창을 달고 있는 등의 문제가 있었으나 균열이 생긴다든지의 구조적 문제는 전혀 없었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에는 여러 문화적 경제적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겠지만 결국 ‘집’을 어떻게 보냐에 따른 관점 차이도 크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영국의 경우 부동산을 투자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거주’에 포커싱을 두기 때문에 집의 자재 내구성, 퀄리티 등이 중요한 반면 (부동산 사업가는 예외다), 한국은 투자의 대상으로 많이들 보니 (온 국민이  부동산 사업가인 듯한?) 위치와 실거주기간 (빨리 짓고 후딱 전입신고하고 기간 채우고 빠지는 뭐 이런 ?) 등이 중요한데, 입주자는 입주자대로 건설사는 건설사대로 빠르게 자금 회전하는 것이 우선이니 이런 상황에서  집이 과연 잘 지어질 수 있었을까 의문이 많이 들었다.  한국과 영국 그 중간에서 애매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이것도 맞는 것 같고 저것도 맞는 것 같고, 결국 뭐든지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것인데 나는 아직 그런 가치관까지는 형성이 안 된 것 같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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