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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Feb 19. 2022

여행의 트렌드

영국 살면서 종종 느끼는 것인데, 여행에도 트렌드가 있다. 개인별로 선호도와 추구하는 경험이 다르니 차이가 있지만 나라별로도 소득수준이나 환경에 따라 여행하는 트렌드가 다르다는 혹은 변화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를테면 나의 경우 어릴 때 그러니까 한 20년 전만 해도 가족끼리 여행 가면 아빠 회사에서 제공되는 xx 콘도라고 불리는 곳을 많이 갔다. 이불과 따뜻한 온돌바닥의 방이 한두 칸 제공되고 적당한 브라운관 티비가 있는 정도의 방 컨디션. 더럽게 쓰면 나중에 이용 제약받을 수 있다 해서 나가기 전에 기본적인 빗질도 하고 청소도 싹 해놓고 나왔던 것 같다. 호텔 이런 데는 엄청 부자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언감생심 꿈도 못 꿨다. 대학을 가니까 시간 많고 돈 없는 학생은 자연스레 배낭을 잔뜩이고 유스호스텔과 도미토리를 전전했다. 항상 같이 다니던 여행 메이트였던 친구와 나는 둘 다 숙소의 ‘청결’과 ‘위생’을 극도로 중시하는 터라 그런 조건을 가진 유스호스텔과 도미토리를 찾기 위해 인터넷 뒤지고 론리 플레닛 (아, 추억의!)이나 여행 책자에 있는 숙소를 정말 하나하나 찾아보느라 시간을 엄청 썼던 것 같다 (스마트폰 이전의 시대다…).


그러다가 직장에 들어가서도 난 여전히 도미토리 같은데 익숙해져 있었는데, 아부다비에서 호텔을 경험한 뒤로는 여행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달까…주변 직원들이 많이들 가서 밥 먹고 쉬다 오기도 하길래 법카 찬스도 있고 해서 몇 번 가봤다. 5성급의 신생 호텔들이 한국보다 저렴하기도 한데, 일단 도미토리와는 비교도 안되게 깨끗하고 (중요함ㅋ), 서비스는 융숭할 정도고, 밥도 정갈하고 맛있고, 침대도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크고 푹신하다. 몸이 편하니 확실히 쉰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 7-80 근무시간의 노고를 다 푼 듯) 아마 여기서 자본주의의 맛을 알아버린 듯하다.


한 번은 남편 회사에서 해외 근무 3년 했다고 포상으로 여행 경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이 나왔다. 금액이랑 기간이 정해져서 그 안에 무조건 그 돈을 다 써야 했는데, 그때 영국 갈 준비 중이기도 했고 바빠서 근처 동남아 가려 하니 물가가 낮아 생각보다 다 쓰기 어렵고(?), 그때 처음 웹사이트에서 내림차순 정리라는 것을 해봤다. 그전까지 내 인생의 여행 바운더리에서는 도대체 왜 가격 필터가 오름차순만 있으면 되지 쓸데없이 내림차순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시간 없고 돈 많은 누군가 혹은 취향과 룸의 컨디션과 서비스가 금액보다 중요한 누군가를 위해 내림차순이 있는 것이겠구나 실감했다. 사람이 경험하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물론 그 풀빌라는 금액이 나간 만큼 정말 흠잡을 때 없이 좋았다.

요즘 한국 트렌드를 보면 호캉스도 많이 하고, 사실 기분 전환하려 집 근처 호텔도 가는데 흔히들 말하는 MZ 세대에서 주로 이런 문화가 많이 있는 것 같다 다만 부모님 세대에서는 ‘호텔’ 문화가 아무래도 익숙지는 않은 듯하다. 반면 영국에서는 호텔이라는 문화가 서양 문화라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 느낌으로 호캉스라는 것을 노인인구도 정말 많이 한다. 멀리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노인들이 오히려 집에서 한두 시간 떨어진 곳에서 호캉스 하고 가는 것도 많은 것 같고, 부대시설도 아주 알차게 누린다. 막 여유가 있거나 그러기보다는 그냥 중산층 정도만 돼도 그 정도의 생활은 가능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한편 노인들 보다 조금 젊은 중장년층 정도 되면 크루즈 여행을 엄청 많이 간다. 은퇴하고 할 계획도 가장 먼저 말 나오는 것이 크루즈 여행이다. 북유럽이나 지중해도보다도 햇빛 좋은 중남미를 정말 많이 가는데 거기서 한 2주에서 한 달 정도 자메이카, 바하마, 멕시코, 마이애미 등지를 여행하고 온다 (하도 후기가 자자해서 나도 4-50 되면 가보고 싶긴 하다). 아무래도 돌아다니기 귀찮으니까 나이가 좀 들면 크루즈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영국은 과거 대영 제국의 영향이 아직도 있어서 그런지 일반 여행지 옵션이 내가 기존에 가지던 범주보다 다양하다. 저런데도 여행을 가는구나 하는 별 세상에 들어보지도 못한 곳들이나 프랑스령 영국령 스페인령의 작은 섬들도 많고 남극 패키지도 생각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편하게 영어가 통용되는 곳이 지구상에 많아서 그런지 언어가 상대적으로 잘 안 통하는 동아시아는 생각보다 잘 안 가는 것 같긴 하다. 생각해 보면 억만장자들은 지구상에서 갈 만큼 가봐서 지구 밖 우주여행을 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본래 휴양이라는 것 자체가 영국 여왕이 지방에 쉬러 가면 그 근처 부지를 개발해서 수영장도 만들고 정원도 만들고 하인들도 고용하고 하면서 했던 것이 내려와서 귀족 문화에 젖어들고 나중에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스며들어 리조트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라 한다. 한국에서도 호텔이나 해외여행 같은 장벽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을 보면, GDP가 높아짐에 따라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사람들이 누리거나 추구하는 것이 함께 변하는 패턴이 이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은 넓고 구경할 것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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