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 4월부터 인상된 연봉이 적용되고, 소문으로만 듣던 무서운 세금 인상도 반영되고 그래서 이번 payslip은 꼼꼼히 봐야겠다 싶었다. 엥? 왠걸 나의 연봉은 a % 올랐는데 정작 실질 반영은 거의 a/2%만 반영이 되었다. 그럼 나머지 절반은 어디로 갔느냐, 세금으로 사라졌다 ㄷ ㄷ.
영국의 월급 명세서 항목은 한국에 비해 꽤 간단한 편이다. 한국의 경우 명세서에 기본급 + 능력급이 있었고 여기서 나가는 세금 이를테면 소득세, 교육세, 노인부양세, 주민세 등의 여러 세부 항목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이 모두 명시가 되는데, 영국은 자기 연봉에서 12나눈 금액에 PAYE(pay as you earned, 소득세) 와 NI(건강보험료+연금) 총 두 개가 빠져나간다고 표시된다. 그래서 생각보다 명세서가 읽기 쉬운 편이나 대신 액수가 크게 보이니 이 숫자를 부정하고 싶어진다.
내가 영국에서 실제로 받는 소득은 아무래도 경력도 쌓였고, 이곳 물가도 있고 하니 한국에서 받던 연봉보다야 많지만, 엄청난 세금을 떼고, 퇴직금 제도 같은 것이 여긴 없으니 실제로 내가 충분히 벌고 있나?에 대한 의구심은 든다. 더구나 나의 경우 이번 연봉 인상에 따라 세액 구간이 달라져, 세금을 아주 세게 맞았는데 당분간은 이 구간이 유지되겠지만, 이번 달은 처음이라 현타가 정말인지 세게 왔다. 지난달에는 동료가 퇴근 전 간곡히 부탁해서 한 시간 초과 근무한 수당이 함께 명시되었는데 이것마저 세금을 50% 떼갔다. 아마 앞으로 초과근무를 한다면 돈 대신 무조건 시간으로 보상받아야겠다는 (휴가로 대체) 확신이 들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영국에서는 회사 내에 계약직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데, 같은 레벨이라면 대략 정규직에 비해 1.5-1.6배 이상의 연봉을 더 받는다. 회사에서 정규직에게 지원해 주는 짜잘한 혜택이나 연금 지원을 안 받고 그냥 다 돈으로 크게 받아 버리는 것이다. 어차피 세금 구간이 어느 정도까지 가면 일정하니 아예 현금으로 크게 받아 버리는 것이 나은 것 같기도…하는 생각이 드니 이곳에 계약직이 많은 것도 이해가 되는 요즘이다. 추후 우리도 비자만 해결된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부분 같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이 많이 되어 영국의 회사들에서도 물가 상승률 이상의 연봉이 올라야 한다는 여론이 정말 많았다. 실제로 재택근무 허용 안 해주는 회사와 연봉 인상률이 경쟁사 대비 낮은 회사는 주변을 봤을 때 이직률이 높았다. 기사에 따르면 2022년 영국의 물가 상승률이 6.2%였고, 회사들이 생각한 Merit increase (물가 상승에 따른 연봉 인상률)가 평균 3% 정도였으니 (아마 변동성 심한 항목들을 제외한 ‘실질 물가지수’를 반영한듯하다), 인상률이 3% 이하라면 가계부는 실질적으로 마이너스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 적은 인상률에서 세금을 또 떼 간다 생각하면, 정녕 평균 유지하기도 힘든 건가 싶다.
영국에서 월급을 받으면서부터는 파운드 환율이 오르기를 늘 바라는데, 요즘은 달러 강세로 파운드 환율도 떨어져 그나마도 아쉬운 상황이다. 뭐 사실 월급쟁이는 투명 지갑이니 직장인 신분인 한 뭐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으니 그냥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