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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Jun 07. 2022

인종차별을 대하는 자세





영국에서 지낸다고 하면 간혹 인종차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신기하게도(?) 나는 17년 이곳에 온 이후로 (내가 느끼기엔)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고, 남편이 되려 두어 번 정도가 있다. 사실 우리도 영국 오기 전에는 뭐 인종차별로 인해 묻지마 폭행을 당한 아시아인 있다느니 어쩌니 기사를 봐서 염려 아닌 염려를 했었는데 여기도 대다수 보통의 사람이 사는 동네다.


초창기에 대학원 다닐 때 한참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할 때는, 둘이 학교가 다르니 혼자 다니는 등하교 때 혹시 그런 일을 마주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대처 방법 같은 것을 얘기했었다. 도망간다, 무시한다, 상대해 준다, 북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 중에 나는 마지막 방법에 가장 꽂혀 있었는데, 그때 주변에 북한 관련 프로파간다가 ‘워낙’ 많아서 서양사람들에게는 비밀스러운 북한에 대한 뭔가 illusion 같은게 있다고 여겼다. 다행히 학교 다니는 동안 나는 특별한 일이 없었고, 남편은 인종차별 순간(?)을 맞닥뜨리게 되었는데 평상시 같으면 무시했을걸, 그 시기에 내가 저 북한 방법에 꽂혀서 주구장창 말했던 터라 북한 사람이라고 하는 방법을 택해 반응했다. 하이드 파크 질러서 자전거를 타고 학교 가고 있는데, 동유럽계 젊은애들 6-7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


“중국인아,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중국인 아니다, 왜 넌 나를 중국인이라 생각하냐?”


“그럼 어느 나란데?”


“코리아”


“북한? 남한?”


“북한”


“북한? 진짜? 북한 사람은 거의 다 작고 마르고, 키 큰 애들은 높은 사람들인데 너 그 레벨이냐?”


“그걸 내가 말해줘야 하냐?”


그랬더니 한 절반이 쓱 사라졌고, 나머지는 더 묻고 싶어 찝쩍 되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지나가다가 길 막지 말고 저리 좀 가라고 해서 할아버지와 투닥거리다가 쓱 사라졌다는 일화가 있었다. 물론 남편은 내가 주창하던 나름 회심의 무기였던 북한 방법은 직접 해보니 좀 위험한 것 같다고 나보고 쓰지 말라고 했다. (참고로 내 회심 공격의 정점은 북한 스파이 코스프레였다, 과에 러시아 스파이가 다닌다는 소문에 꽂혀가지고ㅋㅋ)


남편의 두 번째 차별 경험은, 눈 찢는 포즈 하는 학생들인데 우리보다도 눈이 작은 애들이 저 눈 가지고 뭔 자신감으로 들이미나 싶으면서 한편으론 자기네가 눈이 더 작으니까 열폭 하는 것 같아서 인종 차별 같은 괜한 피해의식 같은 것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보다 보면 눈이 작은 백인도 굉장히 많고, 피부도 하얗지 않고, 비만율도 높고, 영화배우 비주얼은 딱 할리우드에만 제한된…열폭 뒤에 숨겨진 실체를 알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인종 차별이라는 것이 예민하자면 예민한 부분이고 아시아인들을 비롯해 유색인종이 피해자라고 인식되는 부분이 많은데, 그래서 나 스스로는 인종차별을 안 하냐 하면 또 솔직히 말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를테면 나도 살면서 보통 중남미인들, 동유럽 쪽에 racist가 많다고 생각하고, 중국인들과 같이 묶이는 것은 싫고, 차라리 일본인이냐고 하면 덜 기분 나쁜 것이 나도 차별을 하는 건가(?) 싶긴 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백인보다 한국 사람들이 더 하얗고, 이들은 오히려 붉은 쪽에 가까워서 white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도 들었다.


보통 영국에서는 뒤에서는 욕하거나 무시할 수 있겠으나, 겉으로는 적어도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손가락질을 하기 때문에, 본인이 성숙한 시민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정도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무심코 툭, 너 이거 인종 차별이야? 너 레이 시스트야?라고 하면 엄청 당황스러워하고 얼굴이 벌개 진다. 거의 너 나치 추종주의자야?라고 하는 수준의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많은 사람이나 지독히 고집 센 소수의 극단주의 몇몇이 가지고 있는 백인 우월주의는 보통 ‘Eugenics’라고 일컫는 우생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를 기반으로 백인이 우수하다는 무지의 논리가 21세기에 대다수에게 납득되지도 않을뿐더러, 되려 개인적으로 일하면서 누적된 경험 데이터를 보자면…(할말하않) 어쨌든 그런 마인드가 장착돼서 그런지 내가 어쩌면 무심코 당했을 수도(?) 있던 차별에 별 신경 안 쓰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다.


그래서 요즘은 채식주의자, 환경론자, 좌파, 우파, 심지어 일루미나티, 사이비 종교처럼 자기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듯이 그냥 인종차별주의자도 그런 종류구나 하고 생각하고 만다. 지나가다 도를 아십니까를 보면 일단 상대하기 싫으니 자리를 뜨고, 정치 성향 다른 사람과도 깊게 대화하려 하지 않으려 하지 않는가? 내가 마이너 그룹이라고 피해의식을 괜히 느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세상 어디나 폭력적 인간들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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