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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Jun 07. 2022

Platinum Jubilee, 그리고 신분제 사회



올해 6월 3일이 갑자기 공휴일이 되었는데, 이유는 여왕이 즉위한지 70주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5월부터 사무실이고 근처에서 주변 장식한다고 난리였고, 서점에는 관련 서적이, 상점에는 관련 기념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럴 때마다 이따금씩 잊고 있던 사실들이 생각난다. 아 맞아 이곳은 입헌군주제 왕족 귀족을 비롯해 계급이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나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21세기에 여왕이니 공작이니 귀족이니 전통이 중요하다지만 이게 뭐지 싶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나한테 넌 평민이라고 이마에 도장 쾅 찍는 것도 아니고 그 어느 곳보다 표현과 행동에 자유를 주니 저런 계급제가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가만히 언론에 비치는 왕족과 귀족들의 모습을 보면, 중요 행사에 key person으로 참여하고 뭐 어디서 우승했다고 기사 작위 주고받고 하는 것이, 한국에서 뭐 큰일 있으면 재벌 총수들과 유명인들 모아다가 행사하는 것이랑 아주 비슷해 보였는데, 저들은 조상 대대로 저런게 있었으니 사실 우리와 호칭만 다르다 정도?의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다시 말하면, 영국 사회를 계급 사회라고 표현한다면 한국도 명칭만 없지 결국 비슷하게 나누어졌다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암묵적으로 다 느끼고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그래서 계급이 가시적으로 눈에 있고 없고의 차이가 사람의 행복에 꽤 영향을 주는 것 같은데 그 주된 이유가 느끼는 체감의 정도가 달라서 아닐까 싶다. 영국은 보통 상원 하원 의원을 비롯해서 로열이다, 부자다 하면 거의 대대로 몇 대 이상이다. 유명 영화배우나 셀럽도 그런 경우가 많다. 몇백년에 걸쳐 부와 지위와 네트워크의 세습이 이어지니 사실 나 혼자 한 세대를 엄청 빡세게 산다고 해서 이게 뒤집어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뭐 아주 드문 케이스로 있을 수 있지만, 단순하게 누적된 물리적 시간을 기준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길어봐야 3-4대 정도에 이르는 부의 세습이 이어지고는 있으니 사실 한 세대를 30년으로 잡는다면 기껏 해봐야 100년 남짓이다. 때문에 나도 열심히만 하면 자본주의 사회 내 신분 상승이라는 것을 노려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문제는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인데, 한국의 경우 이미 자본과 계급이 고착화된 유럽에 비해 희망이 더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 또한 더 크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즘 보면).


보통 유럽 하면 떠오르는 편견, 이를테면 잔디밭에 누워서 한가로이 딩굴거리고, 여유 있고, 워라벨이 가득한 삶은 결국 이 사람들이 어느 정도 신분 상승에 대한 강한 욕구를 어느 정도 포기(?) 한 것에 따른 결과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들이 신분 상승을 포기해서 불행하고 우울하냐는 의문이 드는데 막상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경쟁을 놔버리며 그들은 여유와 자유를 얻은 셈인걸까?


그러면 한국인들은 신분 상승을 못해서 불행하냐, 하면 좀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직업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신분 상승 한 케이스가 주변에 눈에 보이는 것이 더 많아서인지, 한국인이 욕심이 많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런 느낌이 있다. 막상 유럽의 삶을 동경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며, 현상 유지를 하고 싶지 않으니 삶이 고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요즘의 추세를 보며 느끼는 것이 사회가 계속 안정화되면 될수록 기득권층은 계속 그들의 울타리를 단단히 할 것이고, 양극화가 생길 것이고, 한국 사회도 유럽과 일본 사람들처럼 어느 정도 욕심을 버리는(?) 포기하는 (?) 사람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워라벨과 여유가 생기는 삶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 좋은 것일까, 기회보다는 지금에 만족하며 사는 곳이 좋은 것일까. 가치를 어디에 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참 요지경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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