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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Mar 20. 2020

자유로운 영혼으로 하노이 6개월 살기(with.반려견)

설아, 우리 반년만 쉴까?


화려한 쉼표,


10년 동안 직장인 라이프를 견뎌냈던 나의 ‘휴식기’ 라고 하기엔 한 달은 너무 짧았고 일 년은 너무 길었다. 나름 합리적인 기간 6개월로 결정하고는 떠날 준비를 했다.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신용카드, 통장정리 그리고 오래 쓰지 않을 물건, 옷들을 정리했다. 계약이 3개월 남은 원룸을 정리했고, 돌아와서 살게 될 집으로 이사도 했다. 준비 기간은 한 달이었다.


무엇을 하며 6개월을 보낼지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계획은 없었다. 그냥 즉흥적으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도 없었다. 억지로 계획을 세워봤자 지키지 못해 자책할 것만 같았다. 그냥 계획 없이, 생각 없이 사는 것이 계획이었다. 베트남 6개월 살기에 관한 후기들을 찾아보았다. 주재원, 해외취업으로 인한 후기는 많았지만 나처럼 아무런 계획 없이 6개월 살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냥 매일 저렴한 망고를 사서 쟁여놓고 하루에 한개씩 (1일 1망고) 먹을 생각, 하노이에 유명한 마사지집을 찾아다니며 투어 할 생각, SNS에 나오는 유명 맛집을 투어하고 베트남에 있는 아름다운 곳들 구석구석을 여행할 생각뿐 이었다.



‘설아 비행기 잘 탈 수 있겠어?’

설이와 짐싸는 중


이제 7개월 된 반려견 ‘설이’도 함께 떠날 준비를 했다. 설이의 출국 서류로 인해 두 배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물론 짐도 두 배) 설이 담당의가 이야기하길 다행히 베트남은 타국에 비해 반려견 출국이 비교적 간단한 편이라고 했다. 또 다행히 설이는 1.2kg의 작은 강아지라 기내에 함께 탑승할 수 있었다.


나의 출국 준비 서류:

-비자 발급

-비행기 티켓팅

-당장 살게 될 에어비엔비 예약 (애견 동반 가능한)

-장티푸스&홍역 예방접종


애견 동반 출국 시 준비서류:

1. 예방접종

2. 건강증명서 (병원에서 발급-비용 발생)

3. 광견병 항체 검사증명서, 부속서류(비용 발생)

4. 1, 2번 준비해 간 서류로 검역소에서 검역증 발급받기

5. 비행기 티켓팅하기 (비행기 탑승 값만 추가로 17만 원 추가 발생)



내가 출국하는 날, 한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며 언론이 시끄러웠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500명을 넘어선 시점이었다. 한국에서는 28명의 확진자 동선에 관한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었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오히려 베트남이 안전할 것이라고 했다. 나도 그럴거라고 생각했고, 떠나는데에는 망설임은 없었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신경쓰였다.



설이를 태운 비행기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각보다 많이 비어있었다. (한 줄에 서너 명 정도였다.) 옆자리가 비어있는 것만으로도 훨씬 편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의 심각성을 몰랐다.) 누워서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탑승할 때, 내릴 때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설이도 생각보다 얌전히 있어주어 수월하게 하노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6개월 후에 나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그리고 6개월 동안 어떤 시간들을 보내게 될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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