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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반려 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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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Feb 15. 2019

잠시, 안녕!

반려 첼로2

  교실 정리를 했다. 방학 때 틈틈이 청소하고 물건을 갈래지었는데도 어수선하기만 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둔 채, 마지막 레슨을 했다. 이번주는 장거리 출퇴근에 매일 저녁마다 인사하는 만남을 가졌더니, 연습도 못했고 심지어 악보라도 읽고 싶어서 펼쳤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마지막 수업은, 좀더 연습해서 매끄럽게 잘하고 싶었는데... 일주일만에 안아보니, 손가락도 꼬이고 종일 청소했다고 등도 쑤시고 어깨도 뻣뻣하고 팔이 후들거려서 하다 쉬고 띄엄띄엄했다. 1포지션 # 3개, 파. 도. 솔.


  레슨 끝나고 수건으로 줄에 뭍은 현의 송진 가루를 닦으면서 첼로 몸통도 구석구석 쓰다듬듯 닦았다. 레슨샘이 내 첼로를 메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든든하고 고마우면서도 허전하고 아쉽기도 했다. 레슨샘 차 뒷자리에 타는 첼로를 보니 우리집에 안 간다는 실감이 났다.


  한동안 먹지 못할, 카푸치노 벤티 사이즈는 레슨샘의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레슨샘과 함께 했던 시간이, 그분이 내게 첼로를 소개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내가 첼로를 교감하는 데에 좋은 길잡이었던 거 같다.


  그곳에 가면, 나는 무엇으로 나의 맘과 영혼을 보듬게 될까. 첼로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첼로를 안을 수 있고 첼로의 진동이 내 심장에서 울려 내 몸도 가득 울림통이 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혹시라도, 당분간은 어렵더라도... 낮은음자리표 읽는 눈과 첼로를 듣던 귀와 이 마음을 잘 품고 지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늘 안고자던 애착 인형을 누군가에게 건네고, 홀로 이불을 덮고 밤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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