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인사
형사재판을 앞두고 계신가요. 아무래도 재판은 처음인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변호사라도 처음 법정에 서면 위압감에 눌리게 됩니다. 재판정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까요. 법정에서 엉엉 우는 피고인도 많습니다. 첫 재판을 앞둔 지금, 얼마나 떨리고 두려우실까요.
저는 국선전담변호사입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매달 20~30건 정도의 형사 사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록을 복사하는 것만 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제 사건의 모든 피고인분들에게 상세한 재판절차를 설명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어떤 피고인은 첫 재판이 끝난 뒤 ‘오늘 선고가 날 줄 알고 잠도 한숨 못 자고 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즉일선고가 원칙이라고는 하나, 실제로 첫 재판일에 형을 선고하지 않습니다. 제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기에 설명하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낯선 국가에 여행을 가기 전에는 가이드북을 사서 읽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육아 서적을 사서 읽습니다. 형사재판이라는 긴 여행을 앞두고 도움이 될만한 글이 필요해보였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2023년 10월. 개인사정으로 업무를 잠시 중단했습니다. 원고를 작성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업무를 다시 개시하고 저를 만나게 되시는 분에게 설명하고 싶은 내용을 최대한 알기 쉽게 압축적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필요한 경우 형사소송법 조문도 소개하겠습니다.
이 글에서 주로 다룰 내용입니다.
- 재판은 어떤 순서로 진행될까?
-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과 증거에 대한 인부는 어떻게 밝힐까?
- 어떤 양형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좋을까?
-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제 형사재판 가이드를 시작합니다. 차근차근 잘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