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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로스코 Aug 28. 2020

십 년 된 모니터를 바꿨다

10년 동안 사용하던 DELL 모니터

   동안 Dell 모니터를 사용했다. 회사원 시절에는 집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수가 현저히 줄다 보니, 모니터가 낡아가는 과정을 개의치 않고 바라봤다. 직장을 관둔  보낸 시간이 어느덧 8개월을 채워간다. 한창 생산성을 뽐낼 나이에  안에서 잉여로 지내자니 좀이 쑤시는  둘째 치고, 조바심이 난다. 그래서일까 전에 없던 부캐가 늘어났다. 예전에는 직장을 다니는 김서안, 집에서 빈둥거리는 김서안, 페르소나가 간소했다. 지금은 대학원생 김서안, 언어의 정원 모임장, 고고쉼(교내 고양이 봉사동아리) 인스타 운영, 브랜드 컨설턴트 김서안으로 캐릭터가 늘었다. 늘어난 부캐를 뒷받침하기 위한 장비 빨로 가난한 지갑 사정을 뒤로하고 32인치 모니터를 장만했다.

새롭게 장만한 삼성 모니터

 이렇게 보니 국민 MC 유재석이 유산슬로, 개그우먼 김신영의 둘째 이모 김다비로, 가수 이효리가 린다로 변모한 이유를 좀 알 것도 같다. 본캐로는 당사자의 생산능력이 백분 발휘되지 않을 것에 대한 걱정이 개입된 건 아닐까. 멀티 페르소나가 만연한 이유를 확증편향으로 해석해봤다.


 멀티 페르소나의 매개체는 '디지털 기기'이다. 사람들은 하나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도 멀티 계정을 운영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이혼 전문 변호사가 만화가가 되고, 출판사 직원이 맛집 전문가가 된다. 마샬 맥루언은 미디어는 인간의 육체나 정신이 확장된 것이라 보았다. 미디어는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며 우리 몸의 감각-미디어가 확장한 감각-을 사용하는 데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다. 우리는 모두 미디어를 통해서 나의 페르소나를 확장시키고, 타인의 그것을 경험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나는 건강한 모습만 편집해서 드러낸다. 반면 브런치에서는 병든 과거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매체별로 나의 페르소나는 상반된다. 은유 작가는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말했다. 나의 삶은 미디어에서 실재보다 초과하여 확장되지는 않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떠할까? 코로나로 대면할 기회가 줄어든 사회에서 미디어로 확장되는 사람들의 삶은 더 늘어날 테다. 분화된 페르소나로 참된 소통을 할 기회는 얼마나 있을까?

 오늘 지하철 내에서 아침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탑승객에게 신고 있던 슬리퍼를 휘두르며 객기를 부리는 한 남자를 보았다. 영상 속에서 연신 비말에 욕을 얹어 내뱉는 남자의 폭력에 다수는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겨 그 상황을 피했다. 그중에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영상에 잡힌 한 사람이었는데, 그는 난리통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휴대폰에서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그는 미디어에서 어떤 페르소나를 확장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불합리, 폭력과 같은 사건들은 미디어에서 공론화된다. 눈 앞의 폭력을 외면한 남자는 과연 미디어에서 공론화되는 주제들에 어떤 의견을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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