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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s by letter Jan 09. 2019

블랙미러 EPI 1 - 공주와 돼지

미디어의 부정적인 이면을 파해쳐 보자

 

블랙미러의 인트로 장면 (출처: 넷플렉스)

 최근 잊혀진 영국 드라마 중 흥미로운 시리즈를 찾았다. 이름하여 블랙 미러(Black Mirror)

 풍자 코미디언 찰리 브루커가 제작을 맡은 옴니버스 식 드라마로, 미디어가 사람에게 불려올 부정적인 면을 지극히 SF 적인 느낌으로 구성하였다.
 흔히, 미디어란 현실 세계을 마주하는 거울의 성격을 갖고 있어, 현대인들은 현실 감각을 잊은 채 해당 미디어에 앞다투어 빠져든다. 허나, 미디어가 비로소 꺼졌을 때의 차가운 브라운관, 액정 화면 등에 비친 자신의 모습, 즉 현실 세계는 미디어의 부정적인 면을 보여준다. 즉 블랙미러의 탄생이다.


시즌 1화 공주와 돼지 (The National Anthem)

 어렸을 때 다들 읽어 보았을 미녀와 야수. 아이러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블랙미러의 첫 번째 에피소드 제목은 공주와 돼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돋보인다.

 드라마의 시작은 수잔나 공주의 울부짖음에 의해 시작된다. 납치범은 인질극을 벌이며, 공주의 목소리를 통해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브라운 관에 내보낸다. 그것은 오후 4시까지 수상이 돼지와 성관계하는 모습을 생중계 하는 것이다.

범인의 요구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정부는 각 언론사에 보도통제를 실시하고 유투브를 통한 동영상도 삭제 하는 등 정보 유출을 금하였지만, 일부 중소 방송사를 통해 정보는 삽시간에 퍼져 나간다. 정보가 퍼져 나가는 중에 인질극의 핵심보다는 자극적인 정보만 재편집 되어 전세계로 공유된다. 처음에는 그랬다. 수상도 해당 소식을 본 시민들도 ‘인질극의 요구는 미친짓이야’ 하면서 모두들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정부는 각기 다른 대책을 세운다. 파일을 업로드 한 IP 주소를 바탕으로 해당 주소를 역추적하고, 포르노 배우를 섭외하여 CG를 이용하여 수상과 돼지와의 성관계 장면을 꾸미려고 한다. 허나 상황은 급격히 역전된다.

 

 스튜디오로 들어가던 포르노 배우를 발견한 시민이 해당 내용을 SNS에 올리자, 범인은 수잔나 공주의 손가락과 손가락을 자른 영상을 포장하여 방송국에 보내는 등 속임수를 쓰려 한 정부에 분개를 하며,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 간다.


 인질에 대한 처우 영상이 더욱 더 거칠어지고, 정부의 속임수가 일파만파로 방영되자, 시민들은 오히려 인질극 해결에 대한 책임론을 수상에게 거대하게 몰아 붙인다. 공주를 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수상과 돼지와의 성관계라는 여론 수치가 점차 커지게 되자 수상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이 상황에서 공주가 죽는 다면 수상의 정치적 인생은 끝날 것이며, 가족의 신변도 보장할 수 없다는 보좌관의 설명에 따라 수상은 돼지와의 성관계를 진행할 장소로 이동한다. 드라마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수상의 이동 장면부터 돼지 성관계를 진행하는 방송은 그 어떠한 방송보다도 시민들이 흥미롭게 보는 장면이 연출된다.


 특히 병원에서의 장면에서는 시민들이 수상에 대해 낄낄 거리면서도 경멸하는 눈치를 보이고, 술집에서는 삼삼오오 흥미로운 경기를 즐기듯이 모여 방송을 지켜 보았다. 또한 해당 생방송을 보기 위해 인도에 차도에 아무도 흔적도 없으며, 모두 TV 앞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병원 내 시민들 장면

 수상은 돼지 앞에서 아내를 사랑한다고 고백을 한 채 묵묵히 한시간 동안 성관계를 진행하고, 끝나고 나서 화장실에서 토하는 모습을 통해 처절함을 보여준다. 허나, 이때 들려온 보좌관의 통화는 이 사건의 의미를 남긴다. 사실 수잔나 공주는 수상의 성관계가 있기 전 3시 30분에 풀려 났으며, 잘린 손가락은 납치범인 남자의 것이었다. 그리고는 납치범은 수상의 성관계를 보며 자살하였다.

수상의 행위는 브라운관을 통해 방영된다

 납치범이 의도한 수상과의 돼지 성관계는 시민들이 수잔나 공주의 생사보다는 발칙하고 아이러니한 성관계 장면에 더욱 관심이 있다는 것을 남겼다. 비록 여론을 악화시키기 위해 손가락을 자르는 등의 행동을 취했지만, 이러한 급박한 상황 속에서 미디어라는 존재가 자극적인 납치범의 요구 수용을 더욱 키우게 되었다. 미디어의 파급력을 이미 읽고 있었던 납치범은 모든 것을 손바닥 안에서 보고 있었을 것이다. 특히 전통 적인 미디어가 아닌 SNS로 점철된 새로운 미디어는 이 사건을 일파만파 키우게 되었다.


대중을 낚는 기사 옐로우 저널리즘

 국내 인터넷 포털의 가장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네이버, 네이버를 클릭하면 제일 먼저 볼수 있는 것이 여러 신문사의 기사다. 기사의 클릭수는 해당 미디어사의 실적이 되고, 트래픽 수에 따라 광고를 따오는 등 즉, 돈이 된다.


 기사들이 앞다투어 치장을 한다. 좀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유혹한다. 여기서 나온 것이 옐로우 저널리즘이다. 독자 혹은 시청자로 하여 원시적 본능을 자극하고, 호기심에 호소하여 흥미 주위의 보도를 함으로써 선정주의적 경향을 띄는 저널리즘 형태를 칭한다.


 돼지와 공주에서의 범인의 인질극 중 자극적인 방송을 재편집해서 내보내는 방송사 그리고 발칙한 성관계 장면을 보기 위해 내용의 핵심을 잊은 채 TV 앞에 모인 시청자까지 옐로우 저널리즘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TV 프로그램을 보면 혼자 보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볼 때 쉽게 웃음에 빠지고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 자기 자신의 감정보다도 타인의 감정의 전이가 빠르다고 한다. 개인의 감정을 조작하는 미디어야 말로 시청자가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미디어의 이면, 부정적인 현상이 바로 공주와 돼지에 드러나 있다.


수상은 과연?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수상이다. 드라마 초반에서의 수상은 능동적인 인물이다. 아내와의 이야기 속에서도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보좌관 과의 접점에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려고 한다. 허나 다수의 여론 앞에서 수상은 자신의 의지를 포기한다. 보좌관이 장소가 마련되었다고 이야기 했을 때 그는 타의에 의해 몸을 던진다. 그는 수잔나 공주를 지키려 하면서도 그의 존재는 다수 군중에 의해 말살되었다.


 일반적으로 개인에게서 광기란 찾기 힘든 감정이다. 특히 정규 교육 제도 하에서 개인의 감정을 제어 할 수 있는 시민들은 화라는 감정은 찾을 수 있으나, 그것이 외부로 상당히 발현되는 광기의 감정은 이성이란 수단에 의해 손쉽게 모습을 감춘다. 허나, 개개인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이러한 광기의 모습은 다수의 집단 속에서 은밀히 모습을 내밀게 된다.


 군중 심리는 광기의 시초로 볼 수 있다. 군중 안에서의 나란 존재는 없어지고 군중 1이 되는 것이다. 수상에게 돼지의 성관계를 요구한 군중이 있을 뿐 나는 없는 것이다. 만일 내가 수상 앞에서 돼지와의 성관계를 요구할 수 있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군중 속에서 이성과 도덕적 관념은 사라지기 쉽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그러한 군중심리는 Youtube, SNS 및 인터넷 댓글 등 익명성 속에서 더욱 발현되기 쉽다.

 


 블랙미러의 첫번째 에피소드도 발칙한 제목 하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또한 그런 초기 관심이 그 다음 에피소드를 이끌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수많은 드라마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미디어의 또 다른 이면을 여실히 드러낸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https://blog.naver.com/jck0409/221438188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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