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건데, 왜인지 취미라는 말이 들어가면 특별하거나 전문적으로 말해야 할것처럼 느껴진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은 내게 장래희망 조사서에 책 읽기 말고 다른 취미를 적어보라고 했다.
이유는 이랬다. “이건 다 하는 거잖아.”
내가 좋아하는 일들은 특별하지 않다.
집에 있는 것보다 카페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한다. 또 많이 걷는다. 한 주에 드라마 세 편을 보지만 후반부로 가면 한 편도 보지 않을 때가 많다. 끈기가 있는 편도 아니다. 이런 일들을 좋아한다고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그럼 여기 가봤어요?” 또는 “이건 봤어요?”라는 질문이다.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른 사람이 더 잘 알고 있을 때, 그리고 다른 사람의 질문이 호기심을 일으키지 않을 때, 다시금 나의 취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 나선 적이 있다.
록 페스티벌과 밴드 공연장에 다녔는데, 채 다섯 번을 넘기지 못했다. 처음 몇 번은 친구를 따라다녔지만 그 이상 공연 정보를 알아볼 만큼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재미를 붙인다는 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칵테일에도 관심을 가졌다. 직접 칵테일 바를 찾아가 종류와 만드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는데, 매번 취해서 잊어버렸다. 결국은 재미있게 놀다 온 꼴이었다.
공연을 본 다음이나 숙취를 앓던 날에도, 나는 평소 하던 일을 했다. 먼 곳의 카페로 걸어가 드라마를 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취미가 그냥 마음 편한 일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닿았다. 스릴러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해서 관련 드라마를 모두 보지는 않는다. 처음에 좋아서 시작했다가 흥미가 떨어지는 일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