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씨방 Dec 24. 2019

남다르지 않은 취미

주머니탐구생활#23.사소한 일

여전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취미가 뭐예요?”라는 것이다.

단순히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건데, 왜인지 취미라는 말이 들어가면 특별하거나 전문적으로 말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은 내게 장래희망 조사서에 책 읽기 말고 다른 취미를 적어보라고 했다.


이유는 이랬다. “이건 다 하는 거잖아.”     


내가 좋아하는 일들은 특별하지 않다.

집에 있는 것보다 카페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한다. 또 많이 걷는다. 한 주에 드라마 세 편을 보지만 후반부로 가면 한 편도 보지 않을 때가 많다. 끈기가 있는 편도 아니다. 이런 일들을 좋아한다고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그럼 여기 가봤어요?” 또는 “이건 봤어요?”라는 질문이다.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른 사람이 더 잘 알고 있을 때, 그리고 다른 사람의 질문이 호기심을 일으키지 않을 때, 다시금 나의 취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다.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 나선 적이 있다.

록 페스티벌과 밴드 공연장에 다녔는데, 채 다섯 번을 넘기지 못했다. 처음 몇 번은 친구를 따라다녔지만 그 이상 공연 정보를 알아볼 만큼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재미를 붙인다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칵테일에도 관심을 가졌다. 직접 칵테일 바를 찾아가 종류와 만드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는데, 매번 취해서 잊어버렸다. 결국은 재미있게 놀다 온 꼴이었다.   

 

공연을 본 다음이나 숙취를 앓던 날에도, 나는 평소 하던 일을 했다. 먼 곳의 카페로 걸어가 드라마를 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취미가 그냥 마음 편한 일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닿았다. 스릴러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해서 관련 드라마를 모두 보지는 않는다. 처음에 좋아서 시작했다가 흥미가 떨어지는 일도 생긴다.      

특별하지 않은 취미를 그리 열성적으로 파고들지 않는 사람도 여기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