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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랑 Apr 04. 2020

#55. 마음을 미풍으로 틀 수 있을까

 아침, 저녁은 춥다 해도 한낮에는 따뜻함을 넘어 더위가 느껴진다. 열이 많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요즘의 나는 한낮에 땀을 흘리곤 한다. 그런 나를 보고 몇몇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지금 땀을 흘리세요?’하며 말이다. 뉴스에 제보라도  기세다.


 내게 4월은 선풍기를 틀기에는 춥고 끄자니 더운 애매한 날씨이다. 이럴 때 미풍이 효과를 발휘한다. 대부분의 선풍기는 미풍, 약풍, 강풍으로 바람세기를 나눈다. 한여름에는 약풍이나 강풍을 선호하나 지금과 같은 날씨에는 미풍만 한 것이 없다(이 또한 선풍기에 따라 다르다. 자연풍이라는 나는 평생 사용하지 않을 기능을 가진 선풍기들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 하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렇게까지 애쓰지 말고, 마음 다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라고 말이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맞는 말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씁쓸하다. 애쓰는 만큼 결과라도 좋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늘 그렇지도 않으니까. 애쓰면 애쓸수록 일이 틀어지거나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마음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면 미풍으로 틀어놓고 싶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도 너무 애쓰다 보면 튕겨 나가거나 빗겨 나가는 일이 일어난다. 부는 듯 아닌 듯 미풍으로 틀어 놓았다가 필요할 때에 약풍, 강풍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마음이 그렇게 된다면 자신에게도 그에게도 얼마나 좋을까.

 


 산책하러 집을 나서는 길. 달랑거리는 운동화 끈이 걸리적거려 매듭 밖으로 삐져나온 것들을 가위로 잘라냈다. 뭉툭한 매듭만이 남았다. 풀 수도 조일수도 없게 됐다. 툭 튀어나온 매듭을 바지단 안에 넣어 숨기고 걷기 시작했다.


 마음을 미풍으로 틀 수 있을까. '강하지 않아도 좋으니 꾸준히 불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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