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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Mar 04. 2019

여행의 분위기

에펠탑 근처 호텔로 숙소를 옮겼던 이유는 남은 일정 동안 에펠탑을 원 없이 보기 위해서였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에펠탑 야경을 함께 볼 동행을 구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에펠탑에서 5분거리의 호텔이라고 해도 야경을 본 후 돌아가는 길이 조금 무서워서

지하철역까지 함께 갈 수 있는 동행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내가 묵었던 호텔은 에펠탑을 갈 수 있는 Bir Hakeim역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한 사람과 연락이 닿아 에펠탑 조명 시간에 맞춰 우리는 Bir Hakeim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에펠탑 야경을 볼 때 반드시 필요한 '각자 마실 술'과 함께!

 

그날 우리는 아주 늦은 시간까지 반짝이는 에펠탑을 보며 몇 번이나 예쁘다고 정말 행복하다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들을 반복했다.


그다음 날도 전날 밤 함께 에펠탑을 봤던 동행의 제안으로 우리는 다시 동행을 하게 됐다.

동행은 파리에 몇 달 동안 파견되어 일을 하러 왔고 에펠탑 근처가 숙소였으며

회사에서 지급해 준 자동차까지 있어서 우리는 차를 타고 생마르탱 운하 쪽으로 향했다.


스산한 날씨가 살갗을 스쳐서 우리는 먼저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기로 했다.

카페를 찾아 보기엔 너무나 추워서 주차를 한 곳 주변 아무 곳이나 들어갔는데

그곳은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던 카페였다.


그리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들아가서 직원을 기다리기 위해 발검음을 멈춘 나와 달리 잡을 새도 없이 동행은

아무 자리로 가서 앉아버렸다.


울랄라....!! (Oh làlà...!!)


나는 너무 깜짝 놀라 눈이 커졌고 내 곁으로 다가오던 직원도 함께 눈이 커졌다.

미안한 눈빛을 보내던 내게 직원은 가서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솔직히 너무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불친절한 직원의 태도를 볼 수 있었다.

메뉴판을 툭툭 던진다던가 불량한 말투라던가 그동안 내가 파리에 오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서비스였다.


우리에게 메뉴판을 던지던 직원은 내게 물었다.


"manger?" (식사할 거야?)


그리고 나는 "non manger. un café." (아니 식사는 안 거야.)라고 대답했다.

어설픈 프랑스어로 대답하니 그제야 그는 나에게 조금 친절해졌다.

게다가 나는 메뉴판에도 없는 '모나코'를 시켰으니까!

모나코를 시키는 순간 나를 바로 보는 직원의 눈빛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나는 직원의 친절한 인사를 들으며 카페를 나올 있었다.

정말 내가 "manger"라는 단어를 알아들어서 어찌나 다행이던지!


인사가 중요한 프랑스에서는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 반드시 '봉주르'라고 인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눈을 맞춘 후 자리를 안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다.

만약 이것을 어겼다면 그날의 우리처럼 아주 불친절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나는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는 편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아니지만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손님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도 있다. 프랑스를 자주 다니면서 생긴 버릇이기도 한다.


내가 더욱 놀랐던 건 동행은 파리에 파견돼서 몇 달씩 일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는 것이었고,

프랑스인 친구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본인의 행동이 얼마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인지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만약 그 동행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몰랐다면 이제라도 알아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여행의 좋은 점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타는 법부터 걷는 방향, 식사법 등 아주 사소한 것들조차 우리와 다른 곳이 많다.

좋은 풍경과 화려한 관광지를 보는 것 뿐 아니라, 내가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알아간다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여행이다.

유창한 언어와 완벽한 예의를 익혀가지 않더라도 그 나라의 간단한 인사법이라던가,

간단한 예의 정도만이라도 알아간다면 엄마미소를 짓는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의 분위기는 사소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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