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와서 자주 겪는 일 중 하나는 내 나이를 가늠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 내 나이로 유학을 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내 나이를 듣고 놀라는 반응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반드시 이런 질문들이 따라온다.
"남자 친구가 여기 있어요?"
- 아니요.
"그럼 남편이 여기 있어요?"
- 아니요.
"남자 친구나 남편이랑 같이 왔어요?"
- 아닌데요.
"그럼 여기서 현지인 남자 친구 만나면 되겠네!"
- 아니, 싫은데요.
내 나이쯤의 여자는 남자 없이는 유학을 올 수도, 유학생활을 할 수도 없는 건가?
조선시대도 아니고 왜 내가 꼭 남자의 품 안에서 유학을 와야 했던 걸까?
나는 나로 인정받고 싶다.
누구의 여자 친구이거나 누구의 아내가 아니더라도 나는 나로서 인정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