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놈이 둘이나 있다.
1번은 고 1, 2번은 중 1이다.
한 때 사춘기라는 몹쓸 병이 휩쓸고 지나간 1번과 이제 막 사춘기 시동을 드릉드릉 걸고 있는 2번과 매일을 살아내고 있다.
어제 못볼것을 보고야 말았다. 바로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 최종 성적표다.
모르진 않았지만 눈으로 확인하니 참담하다.
9등급으로 나눠진 고교 내신에서 내 아들 1번은 매우 오른쪽에 위치한 등급을 받아오셨다.
*1번아, 니가 받아온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고하니!
(1번은 엄마의 레파토리가 시작되는구나 하며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고 작은 한숨을 내쉰다)
니가 갈 대학이 없다는 뜻이고 공부를 하는게 부질없다는 것이다. 고등 첫 시험이니 내가 기말까지는 기다려주마!
- 엄마... 제가 공부에 소질이 없는게 아니에요. 이번 시험은 시간분배를 못해서 그런거에요. 저는 공부에 소질이 있어요.
공부에 소질이 있다니... 1번은 개소리 앤드 헛소리를 시전하신다.
비록 매우 오른쪽에 치우친 등급이지만 자존감 있는 아이로 매우 건강하게 키워낸 나를 칭찬해야 하는걸까?
아님 수도권 변두리, 이름도 없는 집 앞 일반고, 낮은 내신 등급의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저 멘탈 승리자 1번을 칭찬해야 하는 걸까?
한 때는 나도 네이버에 있는 특목고라든지 상위 몇 프로 뭐 이런 카페를 눈팅한 적이 있다. 내 아들놈들도 좀 그런 세계에 편입시켜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마음뿐이었지 1번과 2번은 흔들리지 않고, 뚝심있게, 일관성을 지키며 운동과 게임에 매진하셨다.
그 결과, 1번과 2번은 몸과 정신이 매우 건강하며 나만! 몸과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다.
유튜브를 아무리 뒤져봐도 공부잘 하는 아이들에게 주는 정보만 넘쳐나지 매우 오른쪽에 치우친 아이들을 위한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 한 분이 있었다. 고3 담임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채널인데 오른쪽에 위치한아이들은 누가누가 공부를 덜 하냐를 경쟁한다고 하셨다. 요 부류의 아이들은 신생아만큼 잔다고 하셨으며, 고3임에도 불구하오고 점심시간에 운동장 7할 이상을 그들이 차지하여 축구를 한다고 하셨다.
바로 이것이... 내가 몇 날 며칠을 찾아내어 건진 매우 귀중한 정보였다...하아...
1번이 고등학교 내신을 쓰던 시기에 중학교 가내신 통지서를 들이밀며 이렇게 말했다.
- 엄마, 제가 학교의 중심을 아주 잘 잡아주고 있어요!
양팔을 벌리며 균형잡는 모습을 보여주던 1번... 너의 등수는 정말 왼쪽과 오른쪽을 균형있게 맞춰주고 있구나. 참으로 기특허다 기특해!아이고..
중학교 때 균형이라도 잡아주던 그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 오른쪽에서 힘을 주고 있다. 왼쪽으로 왼쪽으로 좀 옮겨주지 않을래? 응?
이 시점에서 중학교 1학년 2번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이 아이는 1번을 뛰어넘는 무식함의 끝판왕이다. 1번은 자기가 공부에 소질이 있다는 착각이라도 하는데 이 분은 아예 선포하셨다.
나는 머리가 나쁘고 공부라는 거를 정말 하기 싫다고...
내신등급이 왼쪽에 위치한 아들들을 둔 엄마들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당신은 누구시길래! 누구시길래!!!왼쪽에 서 있는 아들을 어떻게 길러낸겁니까?
나에겐 아들이 둘이다. 공부를 못하는 아들이 무려 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