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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형 은행원 Jun 29. 2022

브런치 작가가 유튜브를 하면 벌어지는 일

브런치 작가를 위한 유튜브 가이드

브런치 작가가 유튜브를 하면 벌어지는 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낯설지 않은 이 쎄한 느낌.


2020년 5월 2일



[출간 후 이탈]


"출간 후 이탈". 이 현상을 인지한 지는 꽤 되었다. 내가 즐겨 읽던 브런치 작가의 피드에 출간 계약을 했다는 글이 올라온다. 글이 올라오는 주기가 길어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탈고를 하고 있으리라. 그러나 그 다음 어느 순간부터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 그리고 한참 후 책이 출판되었다는 글이 올라오고 다시 소식이 끊긴다. 마치 사라져버린 것처럼 글의 족적이 끊기는 것이다.


그럴 때면 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버려진 느낌을 받곤 했다. "돌아오세요."라고 댓글이라도 남겨보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했다.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나도 책을 출판하게 되면 브런치를 떠나게 되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책을 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첫 책이 나왔고,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았고, 또 다음 책을 쓸 궁리를 하는 지금에야 나는 그들이 어디로 간 것인지 알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이 쓴 책을 끌어안은 채 어떻게든 그것을 알리고 팔 수 있는 곳으로 서서히 떠나야 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곳 말이다. 


내 경우 인스타그램을 해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하지만 잘 맞지는 않았다. 내게는 마땅히 찍어서 올릴 만한 사진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쓴 글을 그대로 인스타에 올리려고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스타란 글을 쓰는 공간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인스타에는 게시물 글자 수 제한이 있었다. 글을 천대하는 인스타그램 따위를 영원히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페이스북을 할 수도 있었지만, 페이스북은 최소한의 익명성도 존재하지 않는 지인들로 이루어진 바다 같았다.


유튜브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내게는 맞지 않았다. 나는 잘생기지 않았고, 목소리가 좋지 못하고, 무엇보다 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그런 행위를 하고 싶지 않았다. 평소의 나는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첫 책이 나올 때 출판사에서는 유튜브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영상의 시대였고, 유튜브에는 사용자가 넘쳐나고 있었다. 나는 책을 많이 팔고 싶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채널을 만들었다. 출판사에서 책을 편집하는 동안 나는 하릴없이 영상을 만들어서 올려보곤 했다. 


그때 나는 얼굴을 드러내 놓고 할 용기는 없고 해서 그냥 브런치에 올린 글을 몇 편 요약해서 읽는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었다. 비어있는 화면은 자막으로 채워 넣었다. 물론 아무런 반향도 없었다. 그렇지만 인스타나 페이스북보다는 유튜브가 편하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유튜브도 이야기를 하는 한 가지 방법이었고 글을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출판사에서 책 홍보를 위해 몇몇 유튜브 채널을 소개해 주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렌즈가 주먹만 한 카메라 앞에 앉아 있었다. 어색할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촬영이란 것이 생각보다 할 만했다. 아마도 그것은 나의 숨겨진 재능이라기 보다는 진행자의 능력이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꽤 큰 채널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때 촬영했던 것을 보고 한 작가로부터 연락이 와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렇게 도움을 주신 출판사의 노력에 판매로 보답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그 경험은 내게 한가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 이후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백만 구독자의 채널과 공중파 채널을 탔던 내가 고작 천명 구독자 남짓한 내 채널에 얼굴을 들이 미는 게 어려울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날부터 그냥 얼굴을 대놓고 유튜브를 하게 되었다. 어렵지 않았고 어색하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그동안 내가 유튜브를 하면서 배웠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먼저 잠시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는 망설임이 있었다. 나는 8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풀타임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재테크란 주제에 관한 글과 영상을 만드는데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책을 쓰거나, 팔거나 하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출간 후 이탈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않고 써도 쓰고 싶은 글이라면 결국은 다 써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만 글을 쓰는 것, 그 주제에 관한 영상만을 올리는 것은 사실 창작의 본성에 반한다. 그것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책을 쓰고, 구독자를 모으기 위한 전략이지 결코 즐거운 창작의 방법은 아니다. 나는 즐겁고 싶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기로 했고 가끔씩 짬을 내어 유튜브에 관한 글들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언제나 쓰고 싶은 주제와 생각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것에 대해 먼저 쓰기로 했다. 이 글은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고, 그리고 어쩌면 출간 후 이탈해야 했던 내 애정하는 브런치 작가들이 다시 돌아오는데 계기가 될까 봐 쓰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작가로서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브런치보다 유튜브가 더 쉽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그 반대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아니다. 이것은 산술적으로도 입증이 가능하다.


내 경우 대개 A4용지 8~15장 정도의 분량의 글을 브런치에 올린다. 반면 유튜브를 한편 찍는데 필요한 대본은 3~4장(10분 분량)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서 시간적 측면을 고려해보자. 나는 브런치에 글 한 편을 쓰기 위해서 대부분 30시간 정도 책상에 붙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쓰고도 글이 잘 나오지 않으면 발행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동네 스터디 카페에서 촬영을 하는 모습


그렇지만 유튜브는 아니다. 내 경우 10분짜리 영상을 한편 만드는데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중 두 시간 정도는 대본을 쓰는 시간이고, 나머지 시간은 촬영과 편집에 드는 시간이다. 유튜브 대본은 분량도 짧지만 책을 만들기 위해 쓰는 글들 보다는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쓸 수 있다. 문장 자체로 모든 정보 전달해야 하는 글과는 달리 영상에서는 다른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이야기의 구성이나 전개가 촘촘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전달력을 가진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촬영에는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한 시간이라고 하지만 실제 카메라가 돌아가는 촬영 시간은 30분 정도다. 나머지 30분은 촬영 장비들을 설치하고, 이런저런 잡다한 준비를 하고, 또 촬영 후 장비들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내 경우는 집에서 촬영이 어렵기 때문에 스터디카페에 6천 원을 내고 한 시간 가량 스터디룸을 빌려서 그 안에서 촬영을 한다. 한 시간이란 시간 제약이 있기 때문에 촬영은 꽤 빠르게 진행되고 마무리된다. 


편집은 약 2~3시간이 소요되며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것이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그마저도 내가 굳이 부리지 않아도 될 욕심을 부려서 영상을 쓸데없이 더 만지작거려서 그렇지 실제로는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게다가 내가 대본을 군더더기 없이 쓰게 되고, 촬영을 더 자연스럽게 하게 될수록 편집에 드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내 채널 이외에도 8살 딸아이의 채널을 하나 더 가지고 있는데, VLOG에 가까운 이 채널의 영상들은 찍는데 15분, 편집하는데 20분, 올리는데 2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도 꽤 근사한 채널을 만들 수 있었다.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좋은 만큼 찍고 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만큼 간단하다. 




글을 쓰면서 동시에 유튜브를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규칙이 필요하다. 우선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의 완성도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영상도 글처럼 계속 만지작거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마련인데, 글의 경우 올린 다음 수정할 수 있지만 영상은 대개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 만지작거리고 싶은 충동에 약해지는 듯하다.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영상은 지지부진해지고, 올리는 재미는 상실되며, 또 새로운 영상을 올리는 것은 점점 더 고된 일이 되고 만다. 글에는 정성을 쏟되, 영상은 대충 찍어 올린다는 기준의 확립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얼굴이 나와야 한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내 경우가 그랬다. 처음에 얼굴 나오지 않고 영상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 대가로 해야 할 일이 배로 늘어났다. 비어있는 영상을 채우기 위해 자막을 다 쳐서 넣어야 하고, 뭔가 세련된 영상도 따로 촬영해야 하고, 썸네일도 어떻게든 만들어야 하는데 얼굴이 없으면 다른 뭔가로 백지를 채워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그냥 얼굴 대놓고 찍고 올리는 과정에 비해 몇 배의 시간과 고민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 규칙만 지킨다면 구독자를 늘리는 것은 유튜브가 브런치보다 훨씬 쉽다고 생각한다. 브런치 사용자 수는 아마도 200만과 150만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브런치 글을 즐겨 읽는 나조차도 유튜브 시청 시간이 브런치를 읽는 시간을 10배는 거뜬히 넘으므로 두 매체에 있어서 실질적인 사용자의 수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것을 새삼 느꼈던 것은 내가 얼마 전에 올렸던 퇴직연금 영상 1편 때문이다. 크게 잘 만든 영상은 아니었는데 몇 달이 지나니 조회수가 2만을 넘어가 있었다. 구독자도 1,500명 정도로 크게 늘어 있었다. 처음 브런치 구독자 천 명을 넘기기 위해 나는 브런치 에디터의 간택을 받아 브런치 메인에 올라가야 했다. 브런치 메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운과 노력이 필요한지는 브런치에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는 그냥 변변찮은 영상 한 두편으로 비슷한 수준의 구독자를 끌어 모을 수 있었다. 메인에 올라간 적 없고, 누구도 관심이 없는 그런 영역의 영상이었지만 퇴직연금이라는 조금은 유니크한 주제를 잡아서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영상을 조금 더 노출시켰다는 이유만으로 슬금슬금 1,500까지 구독자가 늘었다.




얼굴이 나오고 영상의 완성도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일일 1 영상을 등재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일일 1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나는 모든 브런치 작가들이 A4 3~4장 정도의 대본을 쓰는 데 그리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정도 분량이면 정확하게 영상으로는 7~10분 정도의 영상 분량이다. 우린 모두 작가이지 않은가. 볼펜과 종이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부술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A4 3장은 문제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그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볼펜과 종이가 있고, 그에 더해 스마트폰에 약간의 용량이 남아 있다면 사실 유튜브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몇 가지 기술적 제약들이 유튜브의 시작을 가로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경우 그 모든 제약은 BB크림과 8만 원짜리 조명, 스마트폰 카메라의 피부 보정 기능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쉽게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들이 었다. 내 경우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울 브런치 작가님들은 그런 시행착오 없이 유튜브에 편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다음 글 부터는 조명, 카메라, 마이크, 편집, 썸네일, 홍보 같은 소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하나 하나 이야기해보려 한다. 



유튜브를 하면서 느꼈던 것들과

또 유튜브를 시작하는 브런치 작가들을 위한 

가이드를 브런치 북으로 묶어 보았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언제나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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