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Mar 12. 2021

<서평>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같은 책 '식탐'

<서평>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같은  '식탐'


    코로나 시대에 해외 입국자로서 이 무료한 시간을 달랠 주요한 유희 감으로 막장 드라마만 한 것이 없다.

    막장 드라마 다음으로는 역시 음식과 요리다.

    그다음은 음식과 요리를 다루는 책이 아닐까.

    푸드 칼럼니스트 정재훈 약사님의 책 '식탐'은 나에게는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약을 들고 나오는 모피어스 같은 책이었다.

    음식, 재료에 대한 나의 편견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는 이 책의 파괴력은 봄날의 생기 넘치는 봄나물 같은 작가의 문체와는 다르게 강력하고, 음험하고, 아팠다.

    특히 나 같은 유사 과학 맛객들에게는 마이크 타이슨의 핵 펀치와도 같은 책이다.

    약사이자 과학자인 작가는 책에서 유정란과 무정란의 차이, 슈퍼 푸드라는 퀴노아와 렌틸콩, 버터, 소시지, 편의점 도시락 등등 식품에 대한 샤머니즘적 믿음이 가려놓은 편견에 대해 소독약을 팍팍 뿌려 대며 사디스트적인 팩폭을 가한다.

    아. 지금까지 나의 믿음은 어찌 된 것인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나는 과학자들에게 유린당한 중세 연금술사와 같이 처연해졌다.

    유사 과학의 신봉자인 나는 정 약사님의 팩트의 광시곡 앞에서도 끝까지 유정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까. 나는 다시금 용기를 내 키보드를 찾아 책상에 앉았다.

    정 약사님의 말대로 우리의 눈은 뇌를 속이고, 뇌는 혀를 속인다.

    근데 이게 어떻단 말인가.

    나는 모든 유사 과학 맛객들을 대표해 이렇게 외치고 싶다.

    "모르는 게 약이다"

    원래 모르고 먹으면 유정란이 무정란보다 맛있다. 실제로 더 건강해질 것이다.

    햇반도 백미보다 현미를 돌려먹는 공시생들이 더 건강한 느낌으로 하루를 마감할 것이라 나는 믿는다.

    나는 이 주장에 대한 근거로 예전 학교 앞 떡볶이집의 떡볶이 그릇을 제시하고 싶다.

    같은 떡볶이라도 흰 그릇에 담아 먹는 떡볶이보다 녹색과 흰색이 얼룩진 플라스틱 사출 그릇에 담아 먹는 떡볶이가 훨씬 맛있다.

    함유 성분이야 어찌 됐든 내 알 바가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외치겠다.

    "MSG 많이 먹으면 정력 약해집니다"

#서평 #식탐

매거진의 이전글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