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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Feb 27. 2024

단식을 하면 우리 몸에 일어나는 일

단식 1일차, 우리 몸은 매순간 100% 완전하게 구현되고 있다

단식원 입소 둘째 날, 배가 고플 줄 알았는데 전혀 고프지 않아서 놀랐다. 배가 고프면 효소와 따뜻한 생강차를 먹으면 금방 허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단식원에서 제공하는 효소는 40여 가지의 야채와 과일을 3년 동안 재래식 장독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이용하여 발표시킨 고영양 덩어리 발효효소다. 이 효소를 배가 고플 때마다 하루 5번 정도 나누어 섭취하면 허기를 참을 수 있어 단식이 어렵지 않다. 약간 매실발효 효소 맛이 나는데 달달해서 먹기에도 좋다.


최근 몇 년간 여러 단식원에서 도입하고 있는 ‘효소 단식’은 발효 효소를 따뜻한 물에 희석하여 마시면서 단식하는 방법인데, 천연허브에 함유된 전분이 발효를 거치면서 단당류나 이당류로 바뀌어 쉽게 흡수되므로 배고픔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식 중에 배가 고프면 단맛이 나는 음료나 꿀을 마시는 데에 착안하여, 단식 기간 내내 단맛 나는 효소를 먹이는 단식원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효소는 발효시켜 만든 식품이다. 발효란 효모나 박테리아 등 미생물이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전통적으로 당분이나 염분을 활용하여 부패하지 않도록 만드는 기술이기도 하다. 식품으로 적절하게 발효된 것은 된장이나 간장, 김치 등에 쓰이지만, 더 숙성되면 식초가 되기도 한다. - <병은 만 가지라도 단식하면 낫는다>, 이우영 - 밀리의 서재


아침 8시 30분 단식원에서 주는 사과당근즙을 천천히 입속에 20번 이상 굴려 먹었다. 원장님이 오셔서 몸 상태는 어떤지 등을 물어오셔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장님은 이곳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는데 판사, 스님 등 의외의 직업도 스트레스와 잘못된 섭식으로 인해 병을 앓는다고 하셨다. 나는 평소 궁금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원장님, 저는 생채식을 하면서 채소나 과일 다른 음식들은 맛이 있는데 익힌 쌀밥에 대한 욕망은 아직 없애기가 힘들어요. 생쌀을 불려서 먹거나 현미가루를 만들어서 먹는 것과 익힌 쌀밥을 먹는 것이 차이가 클까요?"


원장님의 대답은 이러했다.


"생쌀 먹으면 일주일 더 살아. 그냥 쌀밥 먹어도 돼."


나는 아주 심각한 얼굴로 진지하게 묻는데 구수한 사투리로 즉답을 내리시는 원장님. 원장님은 공황장애 등의 병을 고치시고 나서 현재는 일반식(화식이 포함된)을 하시며 일 년에 한두 번 단식을 하는 걸로도 충분히 건강하다고 하신다. 물론 커피관장이나 기타 원장님만의 방법이 있으시겠지만 어쨌든 결론은 '일주일 더 산다'라는 것. 그리고 단식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이다. 나는 한술 더 떠 이렇게 물었다.


"원장님, 그럼 턱이 아픈데도 생쌀을 굳이 먹는 생식을 고집하는 사람들, 완전생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거예요?"


원장님은 성경 이야기를 하시며 인간이 불을 발명하기 전 완전 생식을 하였을 때는 수명이 900살이었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불이 발명되고 고기를 익혀먹게 되고, 일반식이 되면서 인간의 수명은 100살 근처로 줄어들게 되었다고.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정말 그것이 사실이라면 pure 한 생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리고 사실 내가 보기에 힘들어 보이는 것이지 생식에 완전히 몸이 체화된 사람들은 오히려 익힐 쌀밥보다 생쌀이 더 맛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뭐든지 내 입장에서 보고 판단하니까 완전생식이 힘들다고 지레짐작한 것이다.

원장님은 그 밖에도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다. 남해의 특산물인 죽방멸치가 왜 유명하고 비싼지에서 시작해서 이곳에 찾아오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은 코인투자와 엔비디아로 마무리. 단식원에 대한 고정관념, 지레짐작이 깨지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붕어운동, 모관운동 기계



아침식사 후에는 온열찜질과 붕어운동, 모관운동을 하였다. 그리고 점심으로는 당근씨앗즙 먹고 단식원 뒤에 있는 숲 속 산책길을 걸었다. 즙을 먹고 1시간이 지나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느낌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배가 텅 비니 의식이 명료해지고, 시야가 또렷해지며, 정신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배는 고픈데 힘은 넘쳐서 2시간 동안 설렁설렁 만보를 걸었다. 그리고 나서도 힘이 남아 맨발걷기장에서 지구의 에너지를 느끼며 맨발 걷기를 하였다. 햇살에 부서지는 나뭇잎의 색깔과 파란 하늘의 구름이 너무 예뻤다. 먹을 것에 대한 욕망이나 갈증을 잠재우니 세상이 깨끗하게 보인다. 뿌옇던 렌즈가 맑게 닦인 느낌이다.





사람이 입으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세포細胞가 영양을 흡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먹지 않아도 세포는 계속해서 일정한 양의 영양을 섭취한다. 몸속에 쌓여 독소로 변한 영양소를 다시 분해하는 것이다. 원래는 음식으로 들어온 순수 영양소였지만 몸 안에서 생긴 활성 산소 등과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몸에 해로운 성분으로 바뀐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규소라는 성분이 몸에 들어와서 그대로 흡수되면 골다공증을 없애고 피부와 손·발톱을 튼튼하게 만들지만, 산소 원자 2개와 결합하면 발암물질인 이산화규소SiO2로 바뀐다. 발암물질을 섭취하지 않았음에도 몸 안에서 발암 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다. 이럴 때 음식 섭취를 며칠간 중단하면, 우리 몸은 세포에 규소를 공급하기 위해 이산화규소를 분해하기 시작한다. 이것을 ‘해리解離’라고 부른다. 단식은 해리 작용을 통해 몸을 청소하는 ‘자연 청소부’ 역할을 한다. - <병은 만 가지라도 단식하면 낫는다>, 이우영 - 밀리의 서재



사람은 살기 위해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 그러나 잠시 그 먹기라는 행위를 멈추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하루 삼시 세 끼를 모두 먹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잠시 먹지 않아도 우리 몸은 큰일 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력하고 좋은 일이 일어난다. 우리 몸은 음식을 들이붓는 것을 멈추면 그동안 쌓여있던 독소와 노폐물, 노화된 세포, 과잉 영양분, 염증 세포, 죽은 세포 등 불순물들을 분해하고 연소시켜 칼로리로 이용한다. 먹기를 멈추면 청소가 시작된다. 그리고 단식 기간 중에도 우리 몸의 중요한 기관이나 조직, 세포 등은 분해되지 않는다. 인체란 얼마나 신비로운지. 먹기라는 행위 하나를 멈추었는데 신체는 알아서 우리 몸을 최고의 상태로 구현하는 작업을 그 와중에도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고맙고 놀라운지.


나는 단식을 통해 모든 것이 100% 완전히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깨닫고 있는 중이다. 내 몸은 물론이고, 나를 둘러싼 이 세계가 얼마나 완벽하게 펼쳐지고 있는지 경이롭게 바라보게 된다. 아주 잠시 먹는 것을 멈추었을 뿐인데 배를 비우니 정신이 만족감으로 가득 차오른다. 아직 1일 차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식이 나에게 던져주는 깨달음은 놀랍다. 그리고 가장 큰 놀라움은 역시 내 몸과 세계가 100% 완전하고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단식은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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