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간 수집가 Mar 02. 2024

5일동안 단식한 사람이 금산 보리암에 오르면 생기는 일

단식 5일 차 브루스 립튼과 금산 보리암 수련

단식 5일 차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단식원에서 보내는 마지막 아침이다. 단식원에서의 생활은 마무리하지만 나는 혼자 셀프로 단식을 5일 더 이어 나가기로 했다. 단식을 5일만 하고 그만두면, 이제 막 해독 시스템 공장을 돌리기 시작한 신체가 아깝게도 전원을 바로 꺼버리고 만다. 그래서 질병이 있는 사람은 최소 20일, 많게는 한 달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심한 질병을 앓고 있던 어떤 분은 한달을 단식하고 엄청난 양의 숙변을 쏟아냈다고도 하셨다. 하지만 나는 질병이 있거나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특별히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일만 하기로 했다. 


어제 원장님의 유전자 배열 코드를 바꾸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브루스 립튼'의 믿음(신념)의 생물학에 관심이 생겨 새벽에 일어나 유튜브로 관련 영상들을 찾아봤다. <자발적 진화>, <당신의 주인은 DNA가 아니다> 등의 책도 주문해 두었다. 브루스 립튼은 우리의 행동과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우리의 의식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의 의식은 겨우 5%가 작용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행동과 인생을 이렇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7세 이전에 잠재의식에 깔린 부모와 사회, 환경으로부터의 프로그래밍의 결과다. 우리는 태어날 때 세상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프로그램, 운영체제가 깔려있지 않다. 그러나 자라면서 수많은 것을 보고, 모방하고, 반복하며 학습하는데 그것이 우리의 잠재의식에 최면처럼 각인되어 우리의 삶과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지 않는다. 7세 이전에 프로그래밍된 잠재의식을 바탕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며, 그에 따라 인생이 펼쳐지고 결정된다. 그는 영화 매트릭스가 픽션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7세 이전에 최면된 상태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프로그램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브루스 립튼 교수



나는 그의 강연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내가 내 의지대로 인생을 선택하고, 결정하며 행동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모두 착각이었다니.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이 결국 7세 이전에 최면된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라니. 사람들은 인생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고 노력한다. 그래도 얻어지지 않고, 이뤄지지 않는 것은 나의 잠재의식에 깔리지 못한 프로그램 때문이다. 부자들은 부자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해서 계속 부자로 산다. 만약 내가 부자가 아니라면 그리고 내가 부자가 되기 위해 분투하지만 계속 죄절된다면 그것은 내가 7세 이전까지 부자로서의 잠재의식이 프로그래밍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7세 이전에 최면된 프로그램대로의 삶을 바꾸고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깔아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브루스 립튼은 말한다. 우리의 잠재의식에 프로그램을 깔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바로 최면과 반복이다. 최면은 의식이 잠들었을 때, 잠재의식에 나의 의지와 신념, 믿음, 깔고자 하는 프로그래밍을 까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잠이 막 들기 직전, 그리고 잠이 들었을 때 우리의 의식은 꺼지고 잠재의식만 깨어있다. 그 상태에서 나의 새로운 신념과 프로그램, 목표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의식은 잠들어있기 때문에 잠재의식은 새롭게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최면되고, 우리의 행동과 인생을 달라진다. 


두 번째 방법인 반복은 성인이 된 우리에게 더 잘 먹히는 방법이다.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운전대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운전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잠재의식에 그 행동이 프로그램되고, 어느 순간 우리는 옆에 앉은 친구와 아주 깊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운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반복을 통해 잠재의식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까는 방법이다. 또는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복하여 소리 내 말하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그러면 처음에는 의식이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하여 이를 계속 말하면 어느 순간 잠재의식이 의식을 이기고,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된다. 우리의 세포들은 중앙의 명령 통제장치의 말을 따르고 하나의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시스템이다. 중앙 명령 통제장치가 '나는 행복하다'라는 명령, 신념, 의지를 계속하여 반복하면 세포는 그 명령에 맞게 DNA 배열 코드를 재배열하고 잠재의식과 신체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어제 원장님의 강의와 브루스 립튼의 강의까지 듣고 나니 이제 나의 의식이 또렷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나의 잠재의식을 새롭게 프로그래밍해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다.  



5일 동안 전문적인 조언과 정보, 따뜻한 배려로 건강하고 알찬 단식 생활을 지원해 주신 단식원 직원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새로운 숙소로 몸을 옮긴다. 나는 남은 연휴 이틀 동안 남해를 조금 여행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택시를 타고 금산 보리암으로 향했다.





사실 금산 보리암을 갈까 말까 망설였었다. 그래도 나름 꽤 높은 산인데 5일 동안 단식한 몸으로 온전하게 걸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화장실도 거의 없을 텐데,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남해까지 와서 금산 보리암을 보지 않고 가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의 우려대로 금산 보리암 등반은 단식 5일 차의 사람에게는 하나의 시련이자 수련으로 나에게 또 한 번의 깨달음의 시간을 주었다. 



복곡 주차장에 도착해 셔틀버스를 타고 입구까지 올라가 표를 끊고 보리암까지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남해의 바다와 섬, 마을과 절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한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일어나는 풍경이었다. 일 년에 한 번은 꼭 금산 보리암을 오른다고 하시던 택시 기사님의 말씀도 생각났다.






보리암을 둘러보고, 고양이 대가족도 보고, 쌍홍문까지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쌍홍문에서 길을 착각해 아래로 내려가다 그제야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올라오면서 슬슬 다리의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배도 부글부글 끓고, 기력도 없는 상태에서 경사도 심한 바위 계단을 오르려니 온몸이 힘들었다. 허벅지가 내 허벅지가 아닌 듯 슬슬슬 풀어져 죽이 된 상태가 같다고 해야 할까. 아, 그냥 다시 내려갈까 수없이 고민하며 한걸음 한걸음 간신히 올라왔다. 






그러다 원장님의 강의 내용이 생각났다. 우리의 유전자는 내가 어떤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그것을 명령으로 내리느냐에 따라 코드가 재배열된다는 말씀.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편안히 걷는다. 나는 쉽게 걷는다. 나는 무사히 도착한다."

"나는 편안히 걷는다. 나는 쉽게 걷는다. 나는 무사히 도착한다."

"나는 편안히 걷는다. 나는 쉽게 걷는다. 나는 무사히 도착한다."


처음에는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계속 반복하여 되뇌니 정말 조금씩 허벅지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산행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사자암, 금산산장, 상사바위, 그리고 금산 정상의 봉수대까지 모두 무사히 보고 셔틀버스를 타고 금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아,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들이었다. 오지 않았으면 그리고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갔다면 정말 후회했을 뻔했다.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꼭 다시 오고 싶은 남해 금산 보리암. 그곳에서 나는 믿음과 신념, 마음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체험적으로 깨달았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신념과 명령을 나의 세포들, DNA에 보내느냐에 따라 나의 신체가 달라진다. 나의 마음과 신체는 아주 긴밀하게 상호협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의 신체와 삶은 내가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내가 원하는 마음을 선택하고, 의식적으로 잠재의식에 내릴 명령과 신념을 잘 결정하여 프로그래밍하자.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열쇠는 바로 최면과 반복, 마음과 잠재의식에 답이 있다. 앞으로 나의 과제는 이 답을 하나하나 스스로 찾아내 내 인생에 실험하고 적용해 보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올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단식원 입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